천하장사의 상징인 황소트로피가 낯선 스위스 씨름선수에게 돌아갔다.
실로 파크만(30)은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씨름대회에서 황소트로피를 들어올린 뒤 환하게 웃었다. 파크만은 13일(한국시간) 리투아니아 샤울라이 샤울라이아레나에서 끝난 제2회 세계씨름선수권 남자 90kg급 결승에서 발레리 코마르(우크라이나)를 2-1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유도를 20년 동안 해왔던 파크만은 "씨름은 유도보다 스피드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샅바를 통해 몸싸움이 팽팽하게 진행되기에 항상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씨름의 매력에 대해서 설명했다.
파크만은 세계적으로 드문 '씨름커플'이다. 파크만의 여자친구인 알렉산드라 쉬블리(23ㆍ스위스)도 이번 대회 여자 90kg급에 참가했다. 쉬블리는 비록 1회전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씨름과 유사 스포츠인 벨트레슬링에서 2관왕에 올라 이 커플은 생애 최고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스위스 커플의 '씨름도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크만은 "조국으로 돌아가 스위스씨름연맹이 있는지 먼저 알아보겠다. 만약 없다면 내가 연맹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쉬블리는 "이번에는 비록 1회전에서 졌지만 내년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유도스타 조인철과 돈독한 친분을 자랑하는 파크만은 "한국을 4차례 정도 방문했는데 우연히 TV를 통해 씨름을 접했다. 각국의 전통스포츠가 세계적인 종목이 되기 힘들지만 씨름과 유사한 벨트레슬링의 인구가 많기 때문에 씨름의 세계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남자 90kg이상급과 여자 90kg급에서는 채희관(에너라이프), 김연경이 각각 장사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봉걸 에너라이프 감독은 "대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선수들의 기량이 생각보다 뛰어났고, 6개월 정도만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당장 한국대회에 출전해도 승산이 있겠다"고 평가했다.
한편 해외에서 처음으로 열린 씨름대회는 세계인들의 호기심 속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리투아니아의 캐서린(45)씨는 "처음 보는 종목이지만 규칙을 이해하기가 쉬웠다.경기가 속전속결로 진행돼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샤울라이(리투아니아)=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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