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특히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숨가쁘게 이어지는 국제 이벤트를 중심으로 북한 비핵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본격적인 대화의 장이 펼쳐진다. 바야흐로 한반도 정세가 '빅뱅'에 돌입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심 축은 미국의 움직임이다.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5월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냉랭한 모습만 보였던 미국이 11일(현지시간) "북한과 양자 논의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 담당 차관보는 "양자대화의 방식과 장소는 앞으로 2주일 내에 결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계속 대북정책 방향을 검토해왔다. 이번에 북미 직접 대화를 거론한 것은 정책 검토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뜻이다. 일단 북한과 대화를 해보고 압박 강화와 관계 개선의 두 가지 길 중 한쪽에 비중을 두는 정책을 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2주일'이라는 시점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23일부터 29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다. 24, 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는 제3차 G20(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도 열린다. 오바마 대통령이 두 행사에 참석한 6자회담 참가 4개국 정상들을 만나 북미대화 재개를 협의, 공조를 굳건히 하겠다는 뜻이 읽힌다. 이런 절차가 끝나면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행도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가능할 수 있다.
특히 10월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행사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6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중관계 60주년 기념 우호의 해 행사 폐막식에 중국 서열 2위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참석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가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끄는 과정에서 서로 선의의 주도권 경쟁을 펼치는 형세"(익명의 북한 전문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건은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7월4일 미사일 7기 발사 이후 강공 행보를 일단 멈춘 상태다. 지난 4일 유엔 주재 상임대표 명의로 "우라늄 농축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지만 대미 엄포용 성격이 짙다. 북한은 지난 4월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4일 발표에선 "6자회담 구도를 반대한 것이지 조선반도 비핵화와 세계의 비핵화 그 자체를 부정한 적은 없다"고 뒤집었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4월부터 이어졌던 150일 전투가 17일 종료된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회복되고 체제 정비를 어느 정도 마친 만큼 북미관계의 전환을 꾀할 여건도 갖추게 됐다.
북미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라면 북미 직접대화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대화 국면 전환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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