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에 반대하는 수만 명의 미국 시민들이 12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주변을 가득 메우고 대형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건보 개혁이 우리를 아프게 만든다", "우리는 현금지급기가 아니다"고 외치며 오바마의 개혁안이 정부의 재정부담을 늘려 납세자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할 것이라 주장했다.
"오바마 집권 이후 벌어진 최대 반정부 시위"라는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나오고 있는 와중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네소타로 날아갔다. 그는 미니애폴리스 타깃센터에 모인 1만5,000명의 지지자들을 향해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으며 게임을 위한 시간은 지나갔다"고 시급한 건보 개혁을 촉구했다. 오바마는 이날 라디오 연설에도 등장,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10년 안에 65세 이하 미국인 중 거의 절반이 건강보험 없이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흔드는 국기와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국회 앞 거리를 뒤덮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상하 양원 합동합동 연설 때 조 윌슨 하원의원이 외쳤던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You Lie)"가 시위 구호로 등장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무리한 세금징수에 반발해 일어났던'보스턴 차 사건'을 본떠 '티 파티'(Tea Party) 집회로 이름 붙여진 이번 시위는 하원 전 원내대표인 딕 아미가 이끄는 프리덤웍스 재단 등 보수단체들이 주도했다. 식민지 시절 복장 등을 한 참가자들의 물결은 3시간 넘게 백악관에서 의사당으로 향하는 길을 점거했고 당황한 경찰은 집회 참가자 수를 발표하는 것도 주저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을 '히틀러', '공산주의자'로 부르는가 하면 심지어 "오바마 건보 개혁안을 에드워드 케네디와 함께 묻어라"와 같은 과격한 구호들도 튀어나와 시종일관 난폭한 분위기 아래 집회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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