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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만큼 보이는 숲'/ 벌레알 가족 "월동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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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만큼 보이는 숲'/ 벌레알 가족 "월동 준비 끝"

입력
2009.09.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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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볕이 따갑습니다.

햇살을 먹고 살이 오른 곡식과 과일이 제 색을 찾아 익어갑니다. 가을이 풍성한 건 단지 인간들의 먹거리가 많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결실의 혜택은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에게 고루 돌아갑니다.

가지마다 도토리가 여물어가는 상수리 나뭇잎에 마치 열매처럼 연분홍과 초록빛 알들이 달렸습니다. 벌레의 알집입니다. 이 가을이 다하면 나뭇잎도 알집도 갈색이 되어 땅으로 떨어져 내릴 겁니다.

잎들은 켜켜이 쌓여 한겨울 추위를 막는 옷이 되고 집이 되어 알들을 보호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수많은 미생물들의 먹이가 된 잎들은 거름이 되어 마침내 흔적도 없이 자연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 봄, 새순이 돋아날 즈음 애벌레도 알에서 깨어나겠지요.

더러는 따가운 햇살과 늦더위를 불평하고, 더러는 결실의 풍요만을 탐하고 있을 이 가을에 숲은 이미 겨울을 넘어 새 봄을 맞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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