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등한 외교 관계를 표방하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정권이 '노무현 정권과 닮았다'는 이야기가 한일 외교관, 연구자들 사이에서 최근 부쩍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왠지 닮았다"는 인상을 강화한 결정적인 계기는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게재된 하토야마 대표의 글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이 기고문에서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시장원리주의를 비판하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국익을 지켜갈까가 중요하다고 지적해 '반미주의자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표방하며 한국을 '동북아시아 중간자'로 자리매김해 국내 보수 세력으로부터 반미 정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비슷한 점은 대미관계만이 아니다. 반세기 넘게 정권을 잡아온 자민당이 성장 우선 정책을 강조하는데 반해 민주당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국민생활 지원 등 사회 불평등 완화에 더 비중을 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진행된 한국은 2000년대 들어 양극화와 고용 문제가 심각했다. 노무현 정권은 소득 재분배를 경제 정책의 중심으로 삼아 재벌 개혁, 복지 예산 확충, 공기업 민영화 등을 진행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외교 방향을 수정하고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한 노무현 정권의 득실이다. 대미 관계에서는 북한 핵문제 악화 등을 이유로 대규모 이라크 파병을 수용하는 등 친미 정책을 실행했지만 끝내 반미 정권이라는 불신감은 지우지 못했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경제분야에서는 성장률은 대체로 4~5%를 유지했지만 기업의 해외진출이 늘어난데다 고용 창출에 실패해 현안이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신자유주의 경제 폐해를 극복하지 못한 노무현 정권은 결국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정당에 정권을 뺏기고 말았다.
와세다(早稻田)대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紀子) 교수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이 일본의 선행지표가 되고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세계화에 등을 돌려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한국의 각오는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