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KT의 IT서포터즈로 활동하는 박효선(34)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전북 진안 두남리 마을로 출근했다. 키르기스스탄이라는 먼 곳에서 10년 전 이 땅에 시집와 살고 있는 아지벡코바 굴바르친(32)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굴바르친씨는 대학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엘리트였지만 모든 것이 낯선 이 땅에서 의사소통조차 힘들어 사회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무력감을 느끼던 굴바르친씨에게 박씨가 손을 내밀었다. 박씨는 굴바르친씨에게 '아래아 한글' 등 각종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PC)와 인터넷 활용법을 가르쳤다. 이후 굴바르친씨는 정보화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문화 가정을 위한 지원센터에서 외국 여성들에게 PC를 가르치는 정보화 교사로 나서게 됐다. 또 지역 보건소에서 통역원과 여성신문의 명예기자까지 겸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T의 IT서포터즈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보화 격차와 인터넷 역기능 해소
KT의 IT서포터즈는 기업이 전문 기술과 인력으로 사회를 돕는 프로보노 활동의 대표적 사례다. 2007년 2월에 처음 출범한 IT서포터즈는 KT 직원 400명으로 구성된 봉사 조직이다. 이들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최북단 휴전선 마을에서 최남단 마라도까지 전국 방방곡곡에 걸쳐 총 14만3,000여회의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쳤다. 이들에게 도움을 받은 소외 계층만 86만 여명에 이른다.
IT서포터즈는 정보기술(IT) 업체의 특징을 십분 살려 정보화 소외계층을 없애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아무래도 KT는 유선통신,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한 IT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직원들은 IT 전문가일 수 밖에 없다. 이들은 경제, 지역, 장애 등 다양한 이유로 정보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IT 교육과 지원을 통해 정보화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로는 노인들만 있는 농촌에 찾아가 PC와 인터넷 교육 등을 통해 인터넷 쇼핑으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인터넷과 PC 교육을 한다. 또 군 부대에 인터넷TV(IPTV)를 설치해 영상 면회를 주선 하고, IPTV 공부방을 마련해 학원에 가기 힘든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KT의 IT서포터즈는 지역 사회의 IT 환경을 개선하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IT기기의 성능 저하 현상을 진단해 문제를 해결하는 IT 성능진단 활동이다. 각종 악성코드와 바이러스 치료, 인터넷 및 PC의 처리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최적화 작업, 영세 상인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품질 컨설팅 활동 등이다.
특히 인터넷 역기능 해소는 KT IT서포터즈의 활동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인터넷 역기능이란 지나치게 빠져들어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인터넷 중독을 말한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KT 입장에서 인터넷 역기능은 뼈아픈 사회 문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KT는 인터넷 중독 전문 상담인력을 추가로 양성해 각급 학교 및 취학 전 아동의 학부모들에게 인터넷 역기능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인터넷 역기능 예방 교육은 건강한 IT 세상을 만든다는 점에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프로보노를 전파한다
KT는 IT서포터즈를 통해 프로보노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KT 직원들 외에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IT서포터즈 대학생 봉사단'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프로보노 활동에 대한 자연스런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들은 IT 관련 전공이나 자격증을 소지한 학생들로 구성돼 전문 지식을 살려 소외 계층을 돕는 일을 한다. 올 여름 400명을 모집한 IT서포터즈 대학생 봉사단에는 2,808명이 지원해 평균 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KT의 IT서포터즈 활동은 전문가들과 참가자들에게 프로보노 활동의 대표적 사례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는 "20세기 기업의 지향점이 돈 많이 버는 기업이었다면 21세기 기업의 지향점은 존경 받는 기업"이라며 "KT의 IT서포터즈 활동은 기업이 추구해야 할 미래형 사회 공헌 활동"이라고 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들이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KT는 올해 IT서포터즈의 활동 범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길주 KT 홍보실장은 "그동안 정보화 소외 계층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중소 기업과 자영업자까지 넓힐 방침"이라며 "이들을 위한 홈페이지 및 블로그 제작,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각종 IT 실무 교육 등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다문화 가정에 대한 IT 지원도 강화한다. KT 관계자는 "다문화 가정을 위해 IT 교육뿐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외국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 KT, 인터넷중독 등 역기능 예방도 역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KT가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보노 활동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 역기능 예방 교육이다. 이를 위해 KT는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숙명여대 아태여성정보통신원과 공동으로 인터넷 역기능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APEC의 정보통신 분과 및 인적자원개발 분과의 승인을 받아 2011년까지 수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 중독을 막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및 콘텐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프로그램으로 KT 문화재단과 숙대 아태여성정보통신원은 호주,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8개국의 정보통신, 교육부처 담당자들을 초청해 지난달 말에 숙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참가국 및 국제기구의 인터넷 역기능 현황 및 주요 역기능 예방 활동 사례가 발표됐다. 특히 이 자리에서 발표된 KT IT 서포터즈의 인터넷 중독 예방 프로그램은 모범적인 시범 사례로 꼽혀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에 빠졌다가 헤어난 사람들을 이용한 예방 활동이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올 여름 KT IT서포터즈 대학생 봉사단으로 참여한 이정수(21ㆍ한양대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2년)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때까지 게임 중독에 빠져 매일 5시간 이상 온라인 게임을 즐겼다. 나중에 게임 중독에서 벗어났지만 그는 이 경험을 살려 IT서포터즈 대학생 봉사단에서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강의에 나섰다.
이 씨의 지론은 인터넷 중독은 부모와 함께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 그는 "무조건 못하게 하지 말고 아이들과 얘기를 해야 한다"며 "수영장에 데려가는 등 다른 취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KT는 인터넷 역기능 예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1월에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역기능 예방을 교육할 수 있는 교사 양성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박부권 KT문화재단 이사장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이 전 세계인의 공동 생활 공간이 되면서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그만큼 국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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