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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고금리 공세' 시중자금 속속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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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고금리 공세' 시중자금 속속 흡수

입력
2009.09.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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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자금이 은행권으로 빠르게 U턴하고 있다. 오랜 저금리 상황에 실망해 증권 쪽으로 돈이 빠져 나갔던 '머니무브(Money Move)'가 끝나고, 자금이 다시 은행권으로 회귀하는 '역(逆)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높아진 점, 여기에 코스피 지수가 올 들어 저점 대비 60% 이상 상승함으로써 생긴 '고점'부담감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돈, 은행으로

돈이 은행으로 본격적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부터. 올해 상반기 내내 주춤했던 은행예금은 8월 한 달만에 13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지난 2분기 월 평균 은행수신 증가액은 9조원에 불과했고, 7월엔 오히려 마이너스(들어온 돈보다 빠져나간 돈이 많다는 뜻)를 기록하기도 했다. 8월 이후 자금유입 속에 은행의 전체 수신 잔액은 1004조5,000여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0조를 넘어섰다.

은행으로 몰린 돈의 출처는 주로 증권이었다. 그 중에서도 자산관리계좌(CMA). 사실 신용카드기능 및 소액지급 결제서비스 실시로 '월급통장'으로서의 경쟁력을 배가하게 된 CMA는 시간이 갈수록 돈이 더욱 몰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특히 은행자금을 계속 빨아들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금융투자협회 따르면 지난달 중순 40조8722억원까지 치솟았던 CMA 잔액은 오히려 39조619억원(9일 현재)까지 줄어든 상태. CMA 계좌수는 지난 한달 동안 21만개나 늘어 평소보다 40%가까이 증가했지만, 잔고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때 '자금 블랙홀'로 불리며 은행자금을 거침없이 빨아들여, '머니 무브'의 촉발제가 됐던 CMA는 의외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 고금리 공세 강화

이 같은 '역 머니무브'를 촉발시키고 있는 것은 은행들의 '금리게임'이다.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면서 시중 금리가 상승세를 탔고, 한은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본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예금금리를 인상하며 시중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들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올초 3% 중반에서 이미 4% 중반으로 1%포인트 가까이 크게 올랐다. 우리은행의 대표적인 정기예금 상품인 1년만기 '키위정기예금'의 금리는 최고 4.4%에 이르고, 신한은행의 1년 만기 '민트정기예금'도 7월 말 최고 3.5%에서 최고 4.1%로 올랐다.

여기에 은행들이 예금이자보다 높은 이자수익을 노리는 고객을 겨냥해 주가지수연계예금(ELD)를 봇물처럼 내놓으며 시중 자금 흡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ELD는 정기예금처럼 원금은 보장하면서도 주가지수 향방에 따라 최고 20%에 가까운 수익을 노릴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머니 무브는 언제까지

과연 은행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일단 한은이 금리인상을 강하게 예고한 만큼, 그리고 금리는 어차피 오를 수 밖에 없는 만큼 연말까지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PB팀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폭이 문제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다"며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하반기 증시 상승폭이 한계가 있는 만큼 예금 고객들이 다시 연말이 갈수록 고객들이 금리상승을 겨냥해 은행예금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늘어난 은행 수신액이 대부분 돈을 바로 빼낼 수 있는 수시입출금에 몰렸다는 점에서, 추세적으로 돈이 은행으로 몰렸다기 보다는 '부동(浮動)자금'이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 8월 늘어난 은행 수신액 13조원 중 절반이 넘는 7조원이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었다. 돌려 말하면,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란 얘기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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