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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이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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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이현군

입력
2009.09.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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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과거가 한양이라고들 알고 있지만 막상 서울 지도 위에 한양을 그려보라고 당황합니다. 조선시대의 한양과 지금의 서울은 엄연히 다른 도시입니다. 서울 강북에 있는 남산은 한양의 남산이지, 서울의 남산 아니지 않습니까?"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 (청어람미디어 발행)의 저자 이현군(40∙사진)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양을 그린 지도와 오늘의 서울 지도를 중첩시키다 보면 도시의 변화과정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며 "옛 지도를 따라 서울을 답사하는 일은 오늘의 서울을 발견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 답사에 대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개개의 건축물이나 도로에 집중, '이 건물이나 도로가 언제 만들어졌고, 건축양식은 어떻고' 하는 식의 설명이 나열돼있다. 도시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도시를 전체적으로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점이 그가 이 책을 집필한 동기다. 그에 따르면 고지도는 현재의 서울을 입체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키다. 서울 안내서이지만 책의 구성은 '궁궐, 종로, 청계천, 성문 밖' 식으로 고지도의 기본구도를 따르고 있다.

지은이는 서울 강북의 공간이 어떤 기준으로 발달했는지의 비밀은 고지도 속에 모두 숨어있다고 말한다. 가령 현재 서울의 뉴타운 지역은 고지도에서 피지배계층이 살던 '성저십리'(성곽 밖 10리)의 경계지역. 역∙원이 발달한 교통의 요충지로 당시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고지도의 또다른 장점은 자연스럽게 도시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는 점. 가령 임진왜란 이후 제작된 '한양도'(1770)에는 도성 안의 다른 궁궐은 그려져 있지만 경복궁 자리에는 '근정전'이라는 글자만 남아있다. 임진왜란 때 궁궐이 소실된 뒤 대원군 때까지 경복궁 자리가 폐허였기 때문인데, 고지도를 읽을 줄 안다면 자연스럽게 조선 후기에는 정궁인 경복궁조차 중건하지 못할 정도로 왕권이 약화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에서 '조선시대의 공간구조'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경남 합천 출신이다. "서울 사람들은 오히려 서울에 관심이 없더라. 촌에서 서울로 올라와 공부하는데 이왕이면 서울 공부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연구를 시작했다"며 "앞으로 부여, 경주, 개경 등 다른 역사 수도를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사진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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