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우선 책무는 주주의 이윤을 늘리는 것'이라 말했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이 살아 있다면 깜짝 놀랄 일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해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 소비자나 기업들에게'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경제행위'가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시사주간 타임이 10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 소비자와 기업이 기본 지침으로 삼았던'이윤을 위한 경제행위'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타임 보도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지속된 지난 1년 동안 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책임 혁명'(The Responsibility Revolution)이 붐처럼 번져가고 있다. 특히 놀라운 것은 그저 한 푼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미 소비자들이 제품의 경제ㆍ사회적 의미나 유통과정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됐다는 점이다. 타임은 매연을 내뿜는 대형 SUV 대신 도요타의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인 프리우스를 고르는 경향이 미국 사회에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또 커피를 사더라도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된 것을 고른다. 타임은 소비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부당한 노동행위를 근절하는 이른바'책임소비'가 확산되면서 미국인들이 그야말로 '이윤'이 아닌 '이상'을 위해 돈을 쓰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변화는 방만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반성일 수 있다.
타임은 '책임소비'의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해 지난여름 미 전역에서 1,003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에너지효율 전구를 골랐고 82%는 소비를 통해 지역사회 기업을 돕는데 기여했다고 답했다. 제품을 고를 때 다른 기준보다 제조사의 사회, 정치적 지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응답자의 78%는 연료효율이 좋은 차를 구입하는데 2,000달러를 더 쓰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도 했다. 사람들이 이기적 소비보다 이타적 소비에 매혹되고 있는 것이다.
'책임 혁명'은 미 기업에서도 목격된다. 유통업체 월마트는 도매상들에게 환경을 생각해서 포장지의 부피를 줄이라 요구하고 있다. 인텔은 매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고 유모차 메이커 부가부는 최근 이윤의 1%를 에이즈퇴치 재단에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타임은 '책임 혁명'에 대해 "즉각적 이윤추구 보다 환경과 유통과정을 고려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이타적 책임경영은 소비자의 변화가 없었다면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보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