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40)씨는 지난 주말 초등학생 딸과 함께 서울의 한 구민회관을 찾아 어린이 뮤지컬을 관람했다. 공연장은 집에서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고, 지은지 5년도 안 된 최신식 문화공간이었다. 프로그램도 대학로나 도심에 있는 공연장 못지 않게 잘 짜여져 있었다.
하지만 월간 공연일정을 확인한 김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극이나 콘서트, 뮤지컬 등 공연을 하는 날이 한달에 보름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건물은 최신식으로 지어놓고 가동률이 낮아 문화공간으로 방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일선 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회관과 구민회관 등이 1년 중 40% 정도는 공연을 하지 않고 방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막대한 건설비와 운영비가 투입됐지만 홍보부족과 프로그램 미비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창호 서울시의회 의원이 최근 3년간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문화예술공간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평균 가동률은 59.4%에 불과했다. 1년 중 145일 정도는 개점 휴업으로 공연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7개 문화예술회관과 구민회관의 건립비와 리모델링 비용으로 최근 3년간 1,541억원을 투입했다. 구민회관 등을 직접 운영하는 자치구는 같은 기간 운영비로 911억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운영수익은 이에 턱없이 부족한 433억원에 달해 운영비용 대비 수익률이 47.5%에 그쳤다. 공적인 성격의 문화시설에 대해 수익률만을 중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자치구간 수익률 차이가 뚜렷하고 가동률이 50%가 안 되는 문화시설도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역적 편차도 컸다. 종로구에 있는 종로구민회관의 경우 가동률이 96%에, 수익률도 105.6%에 달한 반면 같은 관내에 있는 광화문아트홀은 가동률이 65%, 수익률 17.2%에 그쳤다.
영등포구아트홀(구 구민회관)도 가동률 62%, 수익률은 17.9%에 머물렀고 동작구민회관은 가동률이 47%, 수익률은 2.1%에 불과했다. 또 구로구 아트밸리예술극장은 가동률 65%에 수익률은 15.2%에 불과했다. 송파문화예술회관과 성북구민회관도 가동률이 각각 26%와 35%에 머물렸다.
양 의원은 "서울시의 막대한 예산지원을 받는 문화예술시설이 가동률도 낮고 수익률도 20%이하로기대에 크게 못치고 있다"면서 "홍보강화와 양질의 프로그램 유치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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