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부동산 투기 괴물' 다루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부동산 투기 괴물' 다루기

입력
2009.09.10 23:43
0 0

정부가 마침내 대출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3구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현장 조사와 자금 출처조사가 다시 등장하고, 투기지역을 재지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투기수요를 억제해서라도 부동산가격 급등현상의 확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기조가 바뀌는 신호이기에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정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명분으로 부동산 보유와 거래, 재개발 및 재건축 규제를 과감히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조치를 잇따라 발표했다.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조치도 내놓았다. 전문가들이 투기 수요를 유발해 부동산가격을 폭등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무시했다.

기존 정책 철저한 반성부터

그러나 그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2006년 말의 최고 수준을 회복했고, 집값 상승세는 일반 아파트와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매매가격 상승은 전세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현재 상황을 부동산 투기수요라는 '무서운 괴물'을 묶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면, 그 대책도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어떤 대책이 투기적 수요를 불렀으며, 무엇이 전세가격을 상승시켰는지 올바로 평가해야 한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 완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정책이 부동산가격 상승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손쉬운 수단만 선택하고 있다. 그 동안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고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막는다고 주장해왔던 일부 거래규제 정책을 다시 꺼내 든다고 해서 투기수요를 근본적으로 억제하기는 어렵다. 투기수요를 막으려면 부동산의 소유, 거래,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이익을 철저히 환수하는 원칙을 정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발제한구역, 그린벨트를 해제해 연간 8만호의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도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공급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치르는 비용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어느 정부 당국자라도 개발제한구역을 풀어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고픈 유혹을 한 번쯤은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시도하지 않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개발제한구역은 보존가치가 없는 비닐 벨트일지는 몰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아껴놓은 유보지이자 도시의 연접 개발을 막기 위한 안전벨트였다.

정부의 각종 투기억제 수단이 재가동되기 시작했으니 이제 부동산가격의 폭등 걱정은 사라지고 주택시장은 다시 정상화할 수 있을까.

주거복지 위한 근본 처방을

우리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에 만성적으로 끼어 있던 거품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안타깝지만 부동산 불패신화의 재현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확대라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다시 치르게 된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부동산 투기 괴물의 위력을 다시 확인하고 수요관리 정책에 돌입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좀 더 강력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이 수요ㆍ공급의 원리에서만 작동하는 투자상품이 아니라, 서민들의 주거복지와 사회 통합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특수재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때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