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올들어 10년 정도 앞서가던 일본 업체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자동차용 중대형 리튬이온배터리에서 국내 업체들의 맹활약에 '제2의 반도체 성공신화'재연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의 경쟁 구도나 국내 업체들의 기술 수준을 감안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LG화학은 현재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배터리 분야에선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첫 양산 전기자동차 모델이 될 제너럴모터스(GM) '시보레 볼트'의 리튬이온 전지 단독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GM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형 뷰익 전기차 배터리 단독 공급권도 따냈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의 차세대 친환경자동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SDI도 자동차부품업체 1위 보쉬와의 합작사 SB리모티브를 통해 독일 BMW의 전기차용 배터리 독점 공급 업체로 선정됨으로써, 유럽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2차전지에서, 특히 리튬이온 기반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은 일본 소니, 파나소닉, 산요 등과의 경쟁에서 기술력이나 양산 체제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노트북 휴대폰 등에 쓰이는 소형 2차전지 분야에서는 누가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느냐를 가리는 것도 무의미한 상황.
일본 경쟁업체보다 뒤늦게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었음에도 국내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기술 격차를 극복해왔다. LG화학은 사업 진출 4년 만인 2002년 세계 최초로 2,200mAh급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삼성SDI도 2005년 세계 최대용량(2,600mAh)의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왔다.
이제는 소형 2차전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LG화학, 삼성SDI, SK에너지 등 우리 업체들은 경쟁상대인 일본 업체들보다 앞선 시장 예측을 바탕으로 이온리튬 기반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했다.
일본업체들이 한참을 앞서 나가있는 니켈수소 배터리로는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차세대' 시장을 노린 결과였다. 또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이 일본 업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업체와 손잡을 가능성도 높다.
LG화학 삼성SDI 등의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핵심소재 부문에서는 아직 국산화 비율이 떨어지는 등 국내 산업 기반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음극재, 분리막은 아직 국산화율이 낮다. 특히 음극재의 경우 거의 전량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이학무 미래에셋 애널리스트는 "아직 핵심소재에서 국산화가 안돼있는 부분이 있지만, 문제는 기술력에 있는 게 아니라 시장 규모에 달려있다"며 "LCD의 경우도 초기에는 일부 부품의 국내 산업 기반이 약했지만 시장이 커지고 국산화 필요가 높아지면서 문제가 해결됐듯, 2차전지 소재 산업도 시장이 커지면 자연히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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