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의 후생 문제도 세속의 고령화 문제와 다르지 않다. 쥔 것 없고 내세울 것 없는 노스님들은 이 절 저 절을 떠돌며 눈칫밥을 먹기도 하고, 병이라도 걸리면 치료비 걱정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재산을 비축하는 경우도 있어 때로는 불미스러운 풍문을 낳기도 하고, 주지 자리 등을 놓고 감투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전북 고창의 선운사가 '노후 수행관'조성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불교계에선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주지 법만 스님은 "선운사 인근 부지 3,000여 평을 매입해 터를 닦고 있다"며 "집 17, 18채 정도를 지어 한 채당 2,3명씩 총 40~50명의 스님을 머물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주 대상은 선운사에 적을 둔 65세 이상 스님이 우선이지만, 다른 교구 스님도 필요할 경우 입주할 수 있다. 법만 스님은 "노후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악습도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수행연금 명목의 용돈도 얼마간 지급하면서, 스님들이 텃밭과 차밭을 돌보며 안정적인 노후를 지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만 스님은 "선운사는 한해 10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 명소이지만 문화재 입장료와 시주금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보고 보은염 판매, 녹차 재배, 사찰음식 특화, 템플스테이 사업 등을 통해 자립 기반을 닦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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