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는 없죠?"
10일 낮 12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2층.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회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이같이 말하자, 주위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1980년대 민주화 세력의 양대 축이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20여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은 지난달 DJ 서거 이후 처음으로 가진 회동으로 민추협 월례총회를 겸해 이뤄졌다. 민추협은 84년 YS와 DJ가 전두환 정권에 맞서기 위해 만들었지만 87년 대선 후보 단일화 실패한 뒤 해체됐다. 이후 2002년 YS와 DJ를 고문으로 사단법인으로 다시 창립된 뒤 매월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회원들은 이날 영남과 호남의 지역감정 극복 등을 다짐했다. 상도동계를 대표하며 민추협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 특보는 "늦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원 중에 두 분이 뜻을 나누면서 화해의 기회를 만들어 줬다"며 "지금은 민주화 투쟁을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민추협 초기 대변인을 맡았던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도 동교동계 대표로 나서 "우리는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피맺힌 투쟁으로 뭉친 전사이자 동지"라며 "용서와 화해라는 유훈을 남기고 떠난 만큼 국민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 회동은 한 전 대표가 국장기간 조의를 표한 상도동계 인사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밥 한 번 사겠다"고 제안해 마련됐다. 하지만 참석이 기대되던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주요 인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YS는 다음달 중순 DJ의 49재가 끝난 이후 동교동계와 만남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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