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회의를 열자마자 별 논란없이 기준금리를 연 2%로 동결했다. 그러나 3월부터 7개월째인 금리 동결을 신속히 결정한 것과 달리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시사했다. 재정여력 한계와 민간부문의 자생력 부진 등으로 하반기 경제의 방향성이 불투명한 만큼 일단 금융완화 기조는 유지하지만 출구전략의 시점과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과열과 침체가 혼재된 경제상황에서 적절한 메시지라고 본다.
금통위의 판단은 '세계적인 상황 호전 등으로 내수와 수출이 회복되고 생산이 증가하는 등 국내경기가 개선추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엊그제 기획재정부가 거시경제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 고용부진, 가계부채 증가 등을 우리경제의 단기 위험요인으로 꼽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내외 경제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0.7%, 내년 4.2%로 올려 잡았지만 개별 부문 곳곳에 지뢰가 널려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 경제가 총량적으로 플러스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부동산ㆍ주식 등 자산시장은 오히려 과열이 우려될 정도다. 그 원동력은 사상 초유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유동성 공급, 그리고 수출이다. 그러나 재정여력이 소진되고 민간 자생력 회복이 부진한데다 글로벌 경기의 2차 침체마저 우려되는 지금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무리한 재정동원과 금융완화 정책은 투자-고용-소득-소비로 이어지는 민간의 선순환 복원을 해치고 거품을 키울 위험이 크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시장과 정부의 (확장기조 유지)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출구전략에 대한 판단과 집행은 결국 한은 몫이다"고 말했다. 정부와 시장은 '책상머리'얘기를 한다고 불평할지 모르나, 그것이야 말로 빚으로 빚을 갚으면 된다는 위험하고 단순한 생각이다. 회복기 또는 확장기의 경제관리는 수축기 이상으로 어려운 법이다. 한은의 자율성이 정말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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