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임진강 황강 댐 무단방류를 둘러싼 논란이 공허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논란을 부채질한 것은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그제 국회 답변이다. 현 장관은 외교통상통일위의 긴급현안 질문에 "북측이 의도를 갖고 방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언뜻 북한이 수공(水攻) 등의 의도를 갖고 무단 방류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전체 맥락을 보면 그와는 상당히 다른 뜻이다. 문제의 답변은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의 "(북측 방류는) 실수냐, 의도적이냐"는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현 장관은 북한이 무단 방류를 했다고 스스로 밝혔으니 사고나 실수가 아닌 의도적 방류를 확인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 "수공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판단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현 장관은 "북한의 의도=수공"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논란을 크게 증폭시켰다. 다수 언론도 "북 의도 갖고 댐 방류" 등을 큰 제목으로 뽑아 북측이 수공 의도를 갖고 방류한 것처럼 비치게 했다. 북한이 무슨 이유로 무단 방류를 했는지 단정하기 어려운 단계에서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현 장관의 발언을 빌미로 일부에서는 구구한 억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수공이라고 보기 어려운 근거들도 많다. 이번 인명피해 참사는 경보체제가 정상 작동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또 초가을에 접어들어 강변에 야영객이 없을 수도 있었다. 북한이 무턱대고 막대한 양의 수자원을 수공용으로 흘려 보냈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지난 번 디도스 (DDoS) 사태 때도 정부가 근거 없이 정황만으로 북한 소행으로 몰고 갔다가 체면을 구겼다. 이번 수해사태가 큰 인명피해를 낳은 만큼 북한의 무단 방류 이유를 파악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채널을 통해 북한의 잘못과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돌발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과 매뉴얼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 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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