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여교사를 공공연히 성희롱 한 사건은 심각한 교권 침해로 우려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학생들은 스승을 성희롱 대상으로 삼은 것도 모자라 야비한 행태를 담은 동영상을 버젓이 인터넷에 유포했다. 천연덕스럽게 스승의 어깨에 팔을 얹으며 "누나, 사귀자"라고 말하고, 동영상에는 '선생님 꼬시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교권 침해를 넘어 여교사 개인의 인격을 파괴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이런 학생들에게 학교는 '출석정지 10일'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 10대의 치기 어린 행동이나 짓궂은 장난쯤으로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서두른 인상이 짙다. 학교가 이 모양이니 교실에서 교원들의 권위가 설 리가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피해 여교사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적절한 수준의 징계 조치를 해야 한다.
교권 침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만큼 일상화한 지 오래다. 학생들 앞에서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의 협박ㆍ폭언ㆍ폭행을 당하는 일이 흔하다. 여교사가 학부모의 강압으로 무릎을 꿇은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교실과 수업 장악력은 크게 떨어졌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떠들거나 잠을 자도 혹시 뒤따를 지 모를 돌발 상황을 염려해 어떠한 교육적 조치도 할 수 없다는 교사들이 많다. 교사와 학생의 거리가 멀어져 교실은 황폐화하고, 교사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지 않으면 공교육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정부는 실추된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 특히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조차 없는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사회에 진출한들 온전한 인격과 도덕성을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리 만무하다. 입시가 지상 과제가 된 현실에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공교육도 입시 위주로 흐르면서 소홀히 취급해 온 인성교육을 복원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교육 주체들이 교실에서 사랑과 존경이 싹트도록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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