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엄기영 사장이 제시한 MBC 개혁방안의 추진 의지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동안의 엄 사장 사퇴 요구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엄 사장 등 MBC 경영진의 거취 논의는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9일 이사회에서 "엄 사장이 새로운 MBC 개혁계획의 구체적 추진 일정을 많이 제시했으니 그러한 계획을 잘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PD수첩' 진상조사와 인적 쇄신 등도 실천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며 "항간에 단순한 시간 끌기라는 오해가 있으나 그러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엄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새로운 MBC 개혁계획'의 일정을 밝혔다. 그는 MBC의 전 임원과 라디오본부장, 편성국장, 경영지원국장 등이 참여하는 '뉴 MBC 플랜위원회'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추진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11월 말까지 미래전략과 중장기 인력계획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또 11월에 단체협약 개정에 합의, 2차 명예퇴직을 시행하며 내년 1월에 직급제를 개편하는 등 인력 조정과 관련한 시한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고진 방문진 이사는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점유율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달성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 제시가 미흡하다"며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보도본부장이나 경영진이 책임을 지겠다는 정도의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완 이사도 "엄 사장이 플랜을 밝혔으니 이를 추진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개혁계획의 성과를 봐서 엄 사장의 거취를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MBC 노조 관계자는 "한나라당 추천 이사들이 엄 사장과 경영진을 내쫓는 것은 시기적으로 무리라는 자체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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