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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두 사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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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두 사람의 선택

입력
2009.09.1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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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 총리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내정했다. 그리고 정운찬 씨는 이명박 정부의 총리직을 수락했다. 두 사람의 선택은 사람들을 좀 놀라게 했고, 이명박-정운찬 콤비의 협력이 어떻게 전개될 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비판해 온 '만만치 않은' 경제학자를 총리로 선택했다는 것은 실력을 갖춘 조력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뜻이고, 또 대통령으로서 비판자를 포용할 각오와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의 변화를 보여주는 반가운 신호다.

실물경제와 경제이론의 만남

이 대통령은 20개월 전의 대선에서 진보정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그의 지지자들은 보수, 중도뿐 아니라 '경제 살리기'를 기대하는 일부 진보 성향까지 뒤섞여 있었다. 소득계층도 상중하에 걸쳐 있었다. 이처럼 복잡한 지지자들을 단순하게 '보수'로 파악했던 이명박 정권은 긴 시간을 헤맸다.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을 선언하고 서민생활을 직접 챙기면서 이명박 정권은 방향을 잡고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서민의 희망이 없는 곳에 보수의 미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되살아 났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 진영의 영입 대상자로 오르내리던 정운찬 교수를 조력자로 맞이할 수 있었던 것도 중도실용의 깃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운찬 교수는 "대통령을 만나보니 경제철학이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쟁을 중시하고 촉진하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따듯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이 같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갖고 있는데, "서민들에 대한 배려가 우리 두 사람의 콤비만큼 잘 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선택에 대해서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 대통령에게 정운찬 카드는 자신의 중도실용 노선을 강화할 뿐 아니라 진보진영의 잠재적인 대선 후보 한 사람을 빼내오고, 차기 구도를 세워 박근혜 독주를 막고, 충청권 출신 중용이라는 다목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정운찬씨가 이명박 정부의 총리직을 수락한 것은 대권을 염두에 두고 총리직을 활용하려는 계산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총리직을 제안하고 또 수락했는지 우리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다목적 카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두 사람의 만남이 성공을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총리의 충돌을 떠올리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명박-정운찬 콤비는 이 시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이다. 대통령은 실물경제에 밝고 총리는 경제이론에 밝다. 배경은 달랐지만 둘 다 중도를 표방하고, 사회통합과 경제 살리기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서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다. 또 두 사람 모두 열린 성격이고, 격식이나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가운데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지만 각계각층의 지혜와 경륜을 모아 사회통합의 디딤돌을 놓고 원칙과 정도로 하나하나 풀어가겠다. 대통령을 잘 보필해 강한 경제의 나라, 통합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정 총리내정자는 말했다.

이명박-정운찬, 최상의 콤비

이번 총리 임명은 그 동안 되풀이됐던 수많은 총리 인사 중의 하나가 아니다. 두 사람의 선택이 역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정치에 대한 만성적인 불만으로 매사에 냉소적이던 국민들이 모처럼 관심과 기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면서 국민이 미소를 짓고 다음 대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앞으로 가는 정치, 미래로 나아가는 국가를 이룩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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