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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앗따가워~ 밤주우러 갔다가 추억을 담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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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앗따가워~ 밤주우러 갔다가 추억을 담아왔네

입력
2009.09.1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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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조금 익숙한 이들에게 봄 산은 나물 캐는 재미가 으뜸이고, 여름 산은 버섯 따는 재미가 최고다. 그렇다면 가을 산은? 마치 떨어진 돈을 줍는 것처럼 신나게 토실토실한 알밤이나 도토리를 줍는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 그 재미에 한번 맛들이면 가을이 시작되는 이 즈음 벌써 손이 근질근질 해진다.

가을의 초입, 벌써 밤이 익어 떨어지고 있다. 토실토실한 수확, 밤 줍기 체험도 함께 시작됐다. 충남 공주시는 밤으로 유명하다. 특히 정안면은 공주시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밤이 생산되는 곳이다. 맑게 갠 하늘이 높이 오른 날 정안의 산마루알밤농원을 찾았다. 올망졸망한 구릉은 온통 밤나무들로 빼곡했다. 바닥엔 떨어진 밤들이 반짝반짝 윤기를 내고 있었다.

이날은 대전의 한 유치원에서 단체로 알밤 줍기 체험을 나왔다. 목장갑 낀 고사리 손들은 집게를 힘겹게 움직이며 알밤을 주워 주머니에 담았다. 함께 나온 어른들은 주운 밤을 얼른 깨물어 달빛처럼 하얀 속살을 파먹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이 줍고 있는 밤은 단택으로 일찍 열매를 맺는 조생종이다. 밤 농가의 밤 수확은 8월 25일 시작해 10월 보름까지 이어진다. 조생종은 9월 10일까지, 그 뒤를 잇는 중생종(축파 옥광 등)은 25일까지, 대보 덕명 등 만생종이 그 뒤를 이어 떨어진다. 정안밤영농조합법인의 박상만(63) 대표는 "공주시가 전국 밤 생산의 13%를 차지하는데 공주시 전체 생산량의 40%가 정안 것"이라고 했다.

농원 주인이 마련한 소박한 시골 점심상에 알밤 막걸리가 곁들여졌다. 군밤의 속살처럼 노릿한 색이 입맛을 다시게 했다. 막걸리 한잔 들이킨 박 대표는 본격적인 정안 밤 자랑을 시작했다. "방금 수확한 다른 지역 일반 밤의 평균 당도가 15브릭스(용액 100g에 1g의 당이 있으면 1브릭스) 나온다면 정안 밤은 19브릭스까지 나옵니다. 이 밤을 45일 정도 저온 저장고에서 숙성하면 31~35브릭스까지 올라갑니다. 단단한 정안 밤은 달고 저장성이 높아 다른 지역 밤보다 15~20% 는 값을 더 쳐 줍니다."

가을 한철 정안의 알밤 줍기 체험 농가를 찾는 체험객들은 5만여명에 이른다. 공주시의 알밤 줍기 체험 농가의 체험비는 거의 동일하다. 인원 수에 관계없이 주워 온 밤 3kg당 1만원만 내면 된다. 농가들은 주운 밤을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알밤 줍기 체험은 일손이 부족한 농가들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염가지만 체험비가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주고, 체험객들이 농장에서 생산한 표고버섯 포도 고구마 등 다른 작물들을 사 주기도 한다.

산마루알밤농원의 주인 이진구(60)씨는 체험농을 한 지 15년째다. 이씨는 그간 세태도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처음엔 기를 쓰고 10kg고, 50kg이고 주워들 와 도움이 많이 됐는데 이젠 딱 자기들이 가져갈 만큼만 줍더라고. 세상이 그려. 줍는 자리에서 실컷 까 먹고는 가져갈 것만 갖고 내려온다니까. 잇속만 챙기겠다는 거여. 게 중 몰래 주머니에 잔뜩 넣고 나갈 때도 있는데 정말 밉상이지. 야단이라도 치고 싶지만 되레 내가 도적놈이냐며 화를 내니 참 난감혀."

밤 껍질 까는 기계가 보급되면서 밤 매출도 크게 늘었다. 많은 밤 농가들은 자동 밤 껍질 제거 기계를 들여 놓았다. 주워온 밤을 바로 까서 들고 갈 수 있어 체험객들이 좋아한다.

산마루알밤농원(041_858_4628)을 비롯해 공주시의 많은 밤 농원들이 알밤 줍기 체험을 진행한다. 인터넷'http://tour.gongju.go.kr:8090/jsp/ko/gongju.tour'에 접속하면 알밤 줍기 체험농의 연락처를 구할 수 있고, 정안면사무소(041_858_9312,3)에 전화해도 체험농을 소개받을 수 있다.

공주= 글ㆍ사진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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