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첫 공개변론에서 여야는 대리인을 내세워 날 선 공방을 펼쳤다. 이강국 헌재소장은 사건이 정치에 오염되는 것을 꺼린 듯 증인 신청과 현장 검증을 채택하지 않고, 변론 시간도 15분으로 제한해 진행했다.
민주당 측 대리인인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은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보다 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출석미달로 인해 재투표로 통과된 방송법에 대해 "사사오입은 국회 표결 절차인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 중 뒷부분을 조작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앞부분을 무력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신시절) 통일주체국민회의가 90% 이상 찬성으로 대통령을 선출했는데, 그게 국민의사에 합치했는가"라며 "다수당이라도 국민이 원하지 않는 법안을 표결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방어에 나선 김형오 국회의장 측 김치중 변호사는 "헌재 판례는 국회 자율권을 폭넓게 인정해 왔다"며 "이번 사건은 당일 재투표가 국회의 자율권과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장의 의사 진행 권한에 어긋나는 것인지 판단하면 되는 사안"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 "대리투표 주장도 추측만 할 뿐 입증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장 측은 청구요건 미비를 이유로 사건의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바라고 있으나, 민주당은 본안 심리에 들어간 이상 적어도 일부 인용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헌재는 22일 송두환 재판관 주재로 영상자료, 국회회의록을 살피고 양측 주장의 타당성을 따지는 검증기일을 갖기로 했다. 이어 29일 2차 공개변론을 연 뒤 되도록 미디어법이 발효되는 11월 1일 이전에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의원 13명과 박민식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4명은 이날 공개변론을 방청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헌재 정문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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