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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혼모 자녀 누가 길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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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혼모 자녀 누가 길러야 하나

입력
2009.09.1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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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혼외 성관계가 생소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 성 개방화를 인정하는 대세인 것 같다. 그러나 혼전 성행위에 상대적으로 관대하면서도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편견적이며 차별적이다. 이런 속에서 한해 4천 명이 넘는 미혼모 아동이 발생하고 있다.

입양 의존은 국가의 책임 전가

미혼모 아동의 양육은 오랫동안 입양에 의존해 왔다.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전쟁 이후 2007년까지 국외로 입양된 아동은 약 16만 명, 국내입양 아동은 7만 여 명이었다. 최근 정부는 저출산과 인구감소에 따라 국외입양을 지양하고 국내입양을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입양 테두리 안의 변화에 불과하다.

그 동안 입양에 주력한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20여 년 간 경제적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혼외 출생아, 혼혈아 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또한 강했다. 가난한 미혼모 신분으로 아이를 양육하기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런 처지에서 큰 돌파구가 해외입양이었다. 1970년대 말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빡빡한 서민의 삶과 혈연 위주의 가계 계승 문화는 국내입양 활성화에 지속적인 걸림돌이 되었다.

국가 경제와 사회보장이 취약한 상태에서 해외입양은 오랫동안 좋은 대안으로 여겨졌다. 장성한 입양인이 뿌리를 찾고자 매스컴에 모습을 보이면 "입양 잘 갔다"는 입속말과 함께 해외입양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 하지만 자신이 친모와 한국인들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약물중독이나 자살을 시도하는 한국출신 입양 청소년이 미국 일반 청소년의 5배나 된다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한 연구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면서도 우리를 반성케 한다.

해외입양에 큰 관심을 갖지 않던 정부가 몇 년 전부터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해외입양 지양과 국내입양 활성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2008년에는 독신자도 자녀를 입양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외국으로 유출되는 인력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자격을 갖춘 독신자에게도 입양을 개방한다는 것이다.

일이 이 지경이라면 미혼모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논의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매년 국내외로 입양되는 아동의 90% 이상이 미혼모 자녀인 반면, 경제적 지원만 있다면 아이를 직접 양육하고 싶다는 미혼모는 증가하고 있다. 이들에게 자녀 양육의 기회를 먼저 확대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성에 대한 인식 변화, 한부모 가족의 증가 등 사회 변화는 물밀 듯이 몰려오는데, 미혼모 자녀의 양육을 여전히 입양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담을 입양부모에게 계속 전가하겠다는 논리이다. OECD 13위의 경제대국에서 미혼모 자녀 대책을 해외입양에서 구현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경제 선진국들을 보라. 그들이 어린 국민을 해외로 입양 보내던가? 적극적인 한부모 지원정책을 통해 대다수 자녀들이 국내 친부 또는 친모에 의해 양육되기 때문에 입양을 원하는 가정을 위해 해외에서 아이들을 데려 오지 않는가?

친부모의 양육 적극적 지원을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은 아동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가 아닌 한 부모와 함께 살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란 흔히 부모가 양육 기능을 수행할 수 없거나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미혼모의 자녀라는 지위가 미혼모의 개인적 특성이나 여건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친부 또는 친모의 자녀양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보다 그들이 자녀를 잘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보다 인간적이며 아동과 부모 모두의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 아닌지 곰곰 생각해 보자.

홍순혜 서울여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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