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모두 이제 시작이죠."
'작은 공의 기적'을 이룬 가족이 모처럼 재회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핑퐁커플'안재형(44)ㆍ자오즈민(46) 부부와 지난달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을 제패한 아들 안병훈(18)이 8일 인천공항에서 한자리에 모여 기쁨을 나눴다.
안병훈이 10일부터 열리는 코오롱ㆍ하나은행 한국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미국에서 아버지와 함께 입국했고, 중국에서 휴대폰 부가서비스 사업 때문에 '기러기 엄마' 처지가 된 자오즈민도 때 맞춰 방한했다. 지난 6월 세 식구가 미국에서 만난 지 약 3개월만이자, 안병훈의 US아마추어 우승 이후 첫 만남이다.
그만큼 기쁨도 컸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젊은 시절의 미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자오즈민은 남편과 아들의 손을 꼭 움켜 쥔 채 마냥 행복한 표정이었다. '세계 챔프'안병훈도 186cm, 96kg의 큰 덩치와는 달리 어머니 앞에서는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세 식구는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공통된 답을 했다. 아들은 더 훌륭한 선수를, 아버지는 책임이 커진 아들의 코치이자 매니저를, 그리고 어머니는 사업 발전과 달라진 환경의 가족 뒷바라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했다.
안병훈은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등 PGA투어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얻었다는 생각에 가슴 설렌다"며 "우승한 뒤 학교에서 잘 모르고 지내던 미국 친구들도 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재형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을 해내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자오즈민은 "사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어 항상 미안했는데 큰 대회 우승까지 하고 나니 더욱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그 동안 남편이 엄마 역할까지 하며 고생 많이 했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안병훈은 '작은 공'을 잘 다루는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것 일까. 골프공과 탁구공은 지름 4cm대로 크기가 비슷하다. 안재형은 "탁구는 빠른 경기인 반면 골프는 느리고 긴 경기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자오즈민은 "그래도 감각이나 승부욕은 우리한테 물려받은 것 같다"고 했다.
안재형은 탁구인들로부터 가끔 "부모가 탁구선수와 지도자 출신인데 왜 아들은 골프를 시켰느냐"는 날 선 질문을 받곤 한다. 안재형은"병훈이가 어릴 때 우연히 나와 함께 연습장에 가면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며 "아들이 운동에 재능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노력으로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핑퐁커플'의 골프실력은 어떨까. 자오즈민은 아예 골프채를 잡지 않는 '골프 문외한'이다. 수 년 전에 골프채를 하나 구입하긴 했지만 딱 한 번 잡아본 뒤 바쁘기도 하고 체질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아예 접었다.
안재형은 90대 초반의 보기플레이어다. 베스트스코어가 82타라고 밝힌 안재형은 "골프는 참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이버샷 거리는 아들보다 50야드 이상 뒤처지는 240야드 정도다.
안병훈이 출전하는 한국오픈에서 안재형은 캐디로, 자오즈민은 갤러리로 합류해 다시 한번 '작은 공 가족'의 기적 쏘기에 나선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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