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부장 김홍일)가 탈세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300억원을 구형했다고 9일 밝혔다. 7월 결심공판에서 구형을 추후 서면으로 대신 하겠다고 밝혔던 검찰은 두 달이 지난 8일 재판부에 구형량을 적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범행을 자백했고, 탈루한 세금을 모두 납부한 점, 최근 수술을 받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한 점 등을 들어 이같이 구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과 국회의장 등이 연루돼 큰 파장을 낳은 사건의 '몸통'에 대한 구형량으로는 너무 낮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죄는 연간 10억원 이상 탈루했을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박 전 회장의 탈루액은 290억원이다. 또 50억원이 넘는 뇌물공여와 배임증재 혐의로도 기소돼 경합범 가중을 적용하면 최대 22년6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검찰이 법정 최저형보다 낮게 구형한 것은 수사에 협조한 박 전 회장을 봐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구형 방식도 논란이다. 명확한 법 규정은 없지만, 검사가 법정에서 피고인을 앞에 두고 구형하는 것은 기소권자로서 범죄에 대한 엄한 처벌 의지를 공개 천명하는 상징적 절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낮은 형량을 구형했을 때 뒤따를 비판 여론을 피하려 서면 구형이란 편법을 썼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수사 관계자는 "결심공판 당시 선고 기일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