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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배드민턴 여왕 라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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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배드민턴 여왕 라경민

입력
2009.09.1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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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는 부르텄다. 지난 3일 한국에 돌아왔으니 시차 적응은커녕 훈련량은 한없이 부족했다. 현역 때부터 고질적인 종아리 근육통도 여전했다. 하지만 2년7개월 만에 코트에 복귀한 '배드민턴의 여왕'의 얼굴 속에서 긴장감은 찾을 수 없었다.

9일 강원 화천체육관에서 열린 2009 전국가을철종별선수권대회 삼척시청과의 3복식 경기에 주현희와 파트너로 복귀전에 나선 라경민(33ㆍ대교눈높이)은 시종 여유가 넘쳤다. 스매싱보다는 뛰어난 완급조절과 노련한 네트플레이로 박신혜-선인장 조를 요리했다.

2-0(21-11 21-11) 완승을 거둔 라경민은 "예전에는 승부에 대한 부담감이 컸는데 지금은 오히려 즐길 수 있어 더 편하고 좋다. 전성기 때와 비교해도 경기 감각도 떨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33세의 올림픽 도전기

라경민은 김동문(34)과 혼합복식에서 호흡을 맞춰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제대회 70연승, 14개 대회 연속 우승 등의 각종 기록을 작성하며 세계 정상에 군림했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과는 이상하리만치 인연이 없었다.

박주봉의 혼복 파트너로 첫 도전에 나선 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결승에서 김동문-길영아 조에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김동문과 짝을 이룬 2000 시드니올림픽과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잇달아 8강에서 고배를 들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점지해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2007년 눈물의 은퇴식 후에도,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서도 올림픽에 대한 미련은 커져만 갔다. 지난 3월 대교눈높이의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성한국 감독에게 현역복귀 제의를 받은 라경민은 2개월 간 장고 끝에 결국 현역 복귀를 선택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뛰는 걸 보니까 나도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올림픽보다는 도전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가족의 이름으로

복귀를 결심하기까지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체력이 아니었다. 라경민은 고교 시절 태릉선수촌에서 실시한 크로스컨트리에서 전 종목 여자 선수 통틀어 당당히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남다른 체력을 자랑했다.

문제는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캐나다에서 배드민턴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남편 김동문과 아들 한울(2)을 뒤로 한 채 한살배기 딸 한비(1)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건 처음이에요. 너무 많이 보고 싶고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되요."

화천=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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