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9일 임진강 수해 사태와 관련,'북한이 의도적으로 방류했다'는 정부 판단을 언급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일단 북측이 7일 보내온 전통문 답신에서 방류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방류 자체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자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현 장관도 "과연 (통보 없는 방류) 의도가 수공(水攻)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황강댐 방류 의도는 무엇일까.
정부가 북측의 황강댐 방류 행위 자체를 의도적이라고 보는 근거는 우선 그들의 해명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북측은 7일 답신에서 '임진강 상류에 있는 언제(댐)의 수위가 높아져 5일 밤부터 6일 새벽 사이에 긴급히 방류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7~8월 사이 황강댐 인근에는 1,000mm 안팎의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이 지역 평년 강수량(601mm)의 두 배에 해당하는 많은 비였다. 특히 8월26, 27일에는 황강댐이 있는 토산군(346mm)을 비롯해 인근에 200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북한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 같은 호우로 3억~4억톤을 저수할 수 있는 황강댐 수위가 올라가 5일 밤부터 물을 방류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9월 들어서는 인근에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정말 댐 수위를 조절하려 했다면 5일 이전부터 조금씩 물을 흘려 보내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위성사진 확인 결과 황강댐에는 균열이나 붕괴 조짐 같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긴급 방류 필요성이 적었다는 사실이 차례로 확인된 만큼 북측의 행동에는 의도성이 짙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때문에 황강댐을 관할하는 북한 군부가 남측의 수공 방비 능력을 검증하려 물을 방류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황강댐의 경우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인민군 4군단 관할 지역이다.
북한 군부는 2000년 이후 남북이 공유하천 임진강 수해 방지 협의를 할 때도 몽니를 부려 진전을 막은 적이 있다. 그래서 북한 군부가 파장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모르고 수공 능력 검증 차원에서 황강댐 수문을 열었다는 추정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전직 안보 당국자는 "북측이 해명 답신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내온 부분을 볼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선에서 수문을 개방했다가 파장이 커지자 김 위원장 지시로 해명, 파문 차단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공으로 보기엔 방류량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북한이 고의 방류로 얻는 실익이 적기 때문에 의도적 수공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도 있다.
관건은 향후 대책이다.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때도 사과 요구만 앞세우다 결국 관계 단절로 이어진 경험이 있다. 이번 사태의 경우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해 재발 방지책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이 불신하는 상황을 뚫고 어떻게 협상을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정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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