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한나라당 신임 대표가 9일 청와대에서 가진 첫 당청 회동은 외견상 '윈-윈'하는 모양새였다. 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껴안는 효과를, 정 대표는 힘이 실린 집권당 수장 이미지를 얻었다.
이날 회동은 이날 조찬을 겸해 100분 가량 진행됐다. 회동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 대통령은 "당 대표가 만능스포츠맨 아니냐, 당이 젊어 보이고 활기차 보인다"고 덕담을 건네자 정 대표는 "사심 없이 대표직을 수행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회동 말미에 20분 가량 독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독대 시간을 할애한 건 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날 만남이 상견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임진강 수해 참사와 신종플루 확산, 세종시 논란 등 현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회동에서는 의기투합하는 장면이 많았다. 정 대표가 정례 회동을 제안하면서 "당의 다른 지도부나 중진, 일반 의원들도 대통령과 더 많이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건의하자, 이 대통령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정 대표의 동서고속도로 건설 제안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공감을 표시했다.
물론 껄끄러운 문제에 대한 조율도 있었다. 4대강 사업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전체 예산이 16조원인데 22조원으로 잘못 알려져 있고, 그 가운데 8조원은 수자원공사가 담당한다"며 "4대강 예산 때문에 다른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줄어든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당내 이견이 줄어들었다고 전하면서 "국민들에게 사업 필요성을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10월 재보선에 대해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띄울 필요 없다"며 "자꾸 선거 이야기 하면 (서민들이) 짜증난다"고 말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재보선이 중간평가 식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에 앞서 장광근 사무총장은 이 대통령에게 새로 제작된 1번 당원증을 전달하면서 "당비를 계속 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비를 내라고 주는 거냐"며 농담을 건넨 뒤 "일은 초당적으로 할 테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현안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장 사무총장이 경제회복과 쌍용차 문제 해결, 북한 조문사절단 방남, 친서민정책 등을 언급하며 "지지도가 많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으나 임진강 수해 참사 등은 제대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은 "이번 회동에서 임진강 참사와 신종플루 등에 대해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도 가졌다. 이 대통령은 "다행히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방심하지 않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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