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의도를 갖고 (황강댐 무단방류를) 했다고 보고 있다."
9일 오전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이 발언으로 온종일 술렁였다. 정부 당국자로선 처음 공식적으로 '수공'(水攻)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선 현 장관이 말한 '의도'의 정확한 의미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방류가 살상 의도로 오해될 수 있다"(한나라당 구상찬 의원),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유도해야 하는 통일부는 말을 아껴야 한다"(민주당 이미경 의원)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현 장관은 "북한이 스스로 밝힌 바처럼 사고나 실수에 의한 방류가 아니라 의도를 가졌다는 것"이라며 "어떤 의도가 있냐는 것은 정부가 검토 중이다"고 해명했다.
'임진강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에 대해선 여야가 대체적으로 입장을 같이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수해가 아니라 테러"(윤상현 의원), "오만방자를 넘어 우리 국민을 비웃는 행위"(정진석 의원), "남북관계를 제멋대로 핸들링하고 있다"(이범관 의원)며 북한을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북한이 불바다 협박을 하더니 이번엔 물폭탄을 퍼부어 무고한 국민을 죽게 했다"고 가세했다.
민주당의 북한 비판 수위는 한나라당에 비해 낮았다. 현 정부 출범 후 남북간 소통 부재가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민주당 간사인 문학진 의원은 "북한의 확실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면서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은 남북간 소통 부재가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송민순 의원도 "지금 정부는 (북한에) 선량한 이웃으로서의 의무만 기대하고 실제론 그렇게 대하지 않고 있다"며 유엔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이용법에 관한 협약'에 남북 가입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북한은 무고한 인명피해에 마땅히 사과하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며 "임진강 수해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남북 대화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주로 정부의 대북 저자세를 문제 삼으며 배상요구를 촉구했다. 진영 의원은 "현정은 회장 방북 등 정부가 자꾸 민간에 끌려가는 것으로 보여 우리 정부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통일부는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은 물론 더 나아가 배상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화 의원은 "북한이 정말 세상이 바뀌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끔 국제기구에 제소해야 한다"며 국제적 제재 및 배상요구를 주문했다.
장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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