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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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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9'

입력
2009.09.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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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멸망하고 기계들이 폐허가 된 지구를 점령한다. 인간과 전쟁을 벌여 이긴 것이다. 인간의 탐욕과 과학문명의 폭주가 그런 비극을 가져오리라 예측한 과학자는 미리 9개의 생명체를 만들어 둔다.

자신의 영혼을 담아서 마지막 희망으로 창조한 이들은 봉제인형 로봇들. 버려진 천 조각, 단추, 재활용품 등으로 만들어진 이 볼품없는 존재들이 괴물 기계군단에 맞서 지구를 구한다는 것이 영화 '9'의 줄거리다.

'9'는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신인 감독 셰인 애커의 장편 데뷔작으로, 2006년 아카데미 단편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자신의 11분짜리 영화를 장편으로 만들었다. 명 감독 팀 버튼과 티무르 베크맘베토프가 원작 단편을 보고 반해서 애커에게 감독을 맡기고 공동제작자로 나섰다.

이 영화는 알록달록 화려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묵시록적 배경에 걸맞게 채도가 낮게 가라앉았다. 대신 뚜렷한 명암 대비로 시각적 효과를 살리고 있다. 무엇보다 영상미가 돋보인다. 주인공 9와 동료들이 기계군단과 싸우는 장면의 박진감은 실사 영화를 뺨친다.

오만한 리더 1이 최후의 순간에 자신을 희생해 동료들을 구하는 장면 등 사뭇 감동적인 대목도 있다. 용감한 여전사 7, 귀여운 쌍둥이 학자 3과 4 등 각 캐릭터는 저마다 분명한 성격을 갖고 있다.

시각적으로 근사한 데 비해 메시지는 약하다. 인류 멸망 이후의 세계라는 심각하고 거대한 설정은 배경으로 쓰일 뿐, 더 이상 진지한 이야기는 없다. 9를 비롯한 봉제인형 영웅들이 왜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들이 지구를 구했다고 치자.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이 영화에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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