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단 방류로 빚어진 임진강 수해참사는 돌발적인 자연재해나 중대 사건ㆍ사고에 대한 정부의 위기대응 시스템이 허점투성이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물론 현장의 자동경보시스템 고장, 당직 근무자의 태만 등에 더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 차원의 위기대응 시스템과 위기관리 매뉴얼이 잘 갖춰졌다 해도 초기경보 발령 등 현장의 신속한 조치와 보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중앙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현 정부 들어 위기 관리에 대한 관심이 후퇴한 것이 문제였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축이 돼 국가적 위기상황을 33개 유형으로 분류해 부처 별 실무 매뉴얼과 현장 별 구체적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위기관리센터도 청와대가 종합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출범 직후 전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위기관리 매뉴얼이 과잉이고 실효성도 없다며 관련 기구를 대폭 축소했다.
그 결과의 하나가 지난해 5월 조류독감 확산 차단 실패였다. 종합적 지휘와 조정 기능이 없어 농림수산부 보건복지부 행안부가 서로 책임을 떠밀다 시기를 놓친 것이다. 촛불사건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 때도 위기 대응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번 참사 역시 위기관리 기능이 축소ㆍ분산되지 않았다면 현장의 자동경보시스템 고장이나 당직 근무자의 태만과 같은 문제를 미리 해소했을 수도 있다.
청와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위기대응 시스템과 매뉴얼을 개선 보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당연한 일이다. 이전 정부의 제도와 경험을 무조건 백안시할 게 아니라 수용할 것은 수용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제도와 매뉴얼을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인 만큼 현장에서 이를 체득하고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여러 부처로 분산된 위기대처 기능을 청와대로 일원화하는 것은 지휘와 조정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행정 일선 기관의 관심과 주의를 크게 높인다는 점에서 적극 검토할 만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