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아닌 논쟁은 소설가 박성원씨가 지난 밤 보았다는 소비자 고발 프로를 이야기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른바 유명 상표의 짝퉁 논란. 그동안 심심치 않게 있어온 일이었지만 그날 좌중의 귀가 솔깃했던 건 그뿐 아니라 두 명의 남자가 문제의 그 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집에나 한 벌쯤 있어 다들 귀를 기울였다. 정품과 비정품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라야 자수 로고를 살피는 일이 전부였다.
말머리가 위로 틀렸다느니 스틱의 위치가 기울었다느니 이런저런 설들을 풀어놓는 바람에 점심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흘러갔다.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자리였는데 박성원씨 덕분에 화기애애해졌다. 그는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옷이 짝퉁같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 분이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돋보기였다. 바로 감식에 들어갔다. 한 사람의 셔츠 자수를 꼼꼼이 살펴보다 정품 판정을 내렸다.
두 번째 감정은 의외로 빨리 끝났다. 돋보기를 대자마자 짜임새가 엉성하다면서 짝퉁 판명을 내렸다. 바로 박성원씨의 셔츠였다. 그럴 줄 알았다면서 그는 웃었다. 생각해보니 어느 모임에서건 그는 늘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아무래도 가짜 판정 뒤에는 그의 그런 성품도 한몫한 듯하다. 셔츠는 모르지만 그야말로 정품 중 순정품이었다. 며칠 뒤 그의 셔츠도 정품이라는 판정이 났지만 말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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