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사랑을 달콤쌉싸름하게 전한다고 다들 알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낭만이라는 뜻의 단어가 붙는 만큼 아침 저녁 바람이 차가워진 요즘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더욱 유혹할 장르다.
그래서일까. 올 가을도 어김 없이 로맨틱 코미디가 극장가를 장식한다. 그러나 예년과 다른 요상한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이름하여 '19금(禁) 로맨틱 코미디'.
10일과 17일 각각 개봉하는 '처음 본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기'와 '어글리 트루스'는 미국에서도 성인만 관람할 것을 권하는 R등급을 받았다. 다시 말해 '애들은 가라' 영화인 셈이다.
성인을 겨냥한 영화이다 보니 내용은 당연하게도 야하다. 남자의 조건을 따지는 한 여자와 여자의 육신만을 보는 한 남자의 진한 사랑싸움을 담은 '어글리 트루스'는 국내에서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로서는 극히 이례적이다. 남녀 성기와 성생활에 관련된 갖은 용어가 거침없이 주인공 입에 오르고, 여자 상사에게 '난 여자가 위에 있는 게 좋더라'라고 하는 등의 성적 농담이 곧잘 등장한다.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라면 수시로 얼굴을 붉힐 듯하다.
하지만 '어글리 트루스'는 농도 짙은 대사에 비해 신체 노출지수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는 아니다. '반감을 주는 적나라한 살색의 등장은 절제한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 규칙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홍보사 영화인에 따르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곳은 한국과 아랍의 한 국가밖에 없다고 한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 크게 차이가 없는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인의 박지영 실장은 "남녀들의 숨겨진 속사정을 담은 영화"라며 "완역 후 2번 수정을 할 정도로 대사의 수위가 높긴 하다"고 말했다.
'처음 본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기'는 낭만적인 제목이 민망할 정도로 질펀한 대사와 장면이 스크린을 채운다. 깜짝 프로포즈를 했다가 애인을 심장마비로 잃은 한 남자가 음식점 종업원에게 덜컥 프로포즈를 한다는 내용 전개부터 미심쩍다.
미국 청소년들의 성생활을 코믹하게 다뤘던 '아메리칸 파이'의 남자 주인공 제이슨 빅스의 등장도 심상찮다. 콧물과 눈물이 범벅된 여자 얼굴에 남자가 키스하거나, 양치질하던 남자가 입안의 내용물을 여자의 얼굴에 토한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약과다. 여자의 피임 도구가 끼워진 샌드위치를 깨물거나 독특한 반지의 등장은 관객 위장의 건강상태를 시험하려 한다. '커밍'(comming) 등의 일상어를 입에 담기 어려운 '침대용어'로 연결하는 발상도 위태위태하다.
영화사가 내세운 장르는 '과속 코믹 로맨스'. 엄밀히 말하면 섹스 코미디라 불러야 할 이 영화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과 맞닿아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도 시원찮지만 운 좋게도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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