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색 네 모습이 탁해 보이지만/ 아아~아아~그건 엄청난 설움의 흔적/ 모두의 희망 하나 되는 것은 언제나 이뤄질까.…" 가수 윤도현의 노래 '임진강'의 일부다. 파주에서 태어난 윤도현은 임진강의 흙탕물과 미군기지의 철조망을 바라보며, 분단의 아픔과 설움에 눈 떴다고 한다. 그래서 2002년 10월 평양공연은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남북 하나되기 희망을 부풀린 특별한 사건이었다. 이 정부 들어 그는 석연찮은 이유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밀려났다. 북측의 댐 기습 방류로 일어난 임진강의 비극은 그에게 남다른 아픔을 주었을 것이다.
■ 임진강 일대는 삼국시대엔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대치하던 요충지로, 고구려의 진임성(津臨城)이 있었다. 이를 신라가 빼앗아 임진성으로 고쳐 부르면서 임진강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발원지는 강원 법동군 룡포리의 해발 1,323m 두류산. 황해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이루는 마식령 산맥의 주요 봉우리다. 빗물이 마식령산맥 서쪽에 떨어지면 예성강, 동쪽에 떨어지면 임진강으로 흘러 든다. 길이 272.4㎞,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길다. 유역의 3분의 2는 북측이며 나머지가 남측 지역을 흘러 파주에서 한강과 만나 서해로 들어간다.
■ 유역의 연평균 강수량이 1,400㎜를 넘는 임진강 수계는 고미탄천, 평안천, 역곡천, 차탄천, 포천천, 한탄강, 사천, 신천 등 지천이 많아 큰비가 내리면 본류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진다. 특히 북측 지역은 산 중턱까지 다락밭을 일군 곳이 많아 홍수에 취약하다. 남북 간에 임진강 공동치수 사업이 긴요한 이유다. 남북은 2000년 1차 정상회담 후 임진강 수해방지 협력방안에 대해 몇 차례 협의를 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5년 7월에 열린 남북경협추진위에서 댐 방류 시 남측에 사전 통보한다는 합의를 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았다.
■ 이번 비극은 남북이 공유하천에 대해 공동관리 체계 마련을 서둘러야 함을 일깨운다. 왜 한밤중에 댐 수문을 열어 많은 양의 물을 흘려 보냈는지 진상은 오리무중이다. 고의로 피해를 주기 위한 수공은 아닐지라도 인명을 희생시킨 북측의 책임은 크다. 이번 방류 지점인 황강댐은 저수량이 3억~4억톤이나 되고, 일부 저수량을 예성강 쪽으로 돌리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로 인해 임진강 하류 남측 지역의 수량 고갈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임진강은 남북 양측에 갈등의 강이 아니라 희망의 강이 되어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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