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계속 영화제국을 구축해 왔지만 이제는 아시아만의 영화제국을 만들 시기가 됐다. 할리우드와 비교하고 싶지도 않다. 미국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작품을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이고 도전이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 애니메이션 감독 린타로(林太郞ㆍ68)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8일 개막한 제2회 대한민국콘텐츠페어의 기조강연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린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츠카 오사무 감독과 오래도록 작업했으며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극장판, '메트로폴리스' 등을 연출했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의 감독 앤디, 래리 워쇼스키 형제에도 영향을 준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역사로 여겨진다.
린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중학생이 영화를 보면 불량소년이라는 딱지가 붙던 시절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극장을 출입했고 영화감독을 꿈꾸었다"고 말했다. 그의 애니메이션 입문은 영화광다웠다. 일본의 대형 영화사 도에이가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도에이동화를 설립하자 그는 편지를 보냈다. "나는 도에이동화 입사를 위해 태어났고 입사를 하지 못하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내용을 원고지 10장에 썼고, 지원하라는 통보를 받고 입사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데츠카가 설립한 무시프로덕션의 창립멤버가 되어서야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다. 1963년 데츠카 감독을 도와 일본 최초의 TV애니메이션 시리즈이자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전설이 된 '철완 아톰'을 만들었고, '밀림의 왕자 레오' 등을 히트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우주해적 캡틴 하록'도 그가 연출했다. "열악한 상황에서 잠을 쫓으며 TV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작품을 위해 모든 지혜와 체력을 짜냈다. 그런 어려운 시기를 우여곡절을 겪으며 견뎌냈기에 현재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게 됐다."
린 감독은 최근 한국의 지영준 프로듀서와 손잡고 신작 '폴 뒤샹과 잃어버린 세계'의 1편인 '폴, 엄마가 간다!'를 준비 중이다. '아시아판 해리 포터'를 자부하는 '폴 뒤샹…' 시리즈는 180억원을 들여 3D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린 감독은 "동양 신화의 세계 속에 빨려 들어간 어린 아들을 구출하려는 한 30대 백인 엄마의 모험을 다룰 이 작품에 아시아적 가치와 정서를 담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기작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젊은 열정을 잃지 않은 듯한 그는 젊은 후배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돈이 많다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열과 아이디어가 없으면 안 된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거기에 맞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와야 좋은 작품이 된다. 돈과 기술이면 다 된다는 단순한 생각은 버려라."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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