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배아줄기 세포가 인류에게 희망의 차원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치료 방법을 주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의 권위자인 정형민(45) CHA의과학대 교수 겸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는 8일 서울 화양동 건국대 산학협동관에서 열린 '통합줄기세포의 현재와 미래'특강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 당뇨병 등 인류의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개발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4월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승인 받은 차병원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3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대폭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각국에서는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경쟁이 후끈 달아 올랐다.
자신의 모교에서 학부생 100여명을 대상으로 강의에 나선 그는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단계인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물론, 다루기 어려운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도 본격화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앞으로 '백혈병에는 골수에서 나온 줄기세포가 좋고, 화상에는 지방에서 나온 줄기세포가 좋다'는 식으로까지 줄기세포 연구가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아줄기세포란 배아의 발생과정에서 추출한 세포로서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난치병 치료의 돌파구로 주목 받고 있다.
정 교수는 "황우석 교수가 실패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연구 3년, 임상 실험 3년, 인체 적용 3년 등 얼추 10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줄기세포 연구에는 아직 면역 거부 반응이나 암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극복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줄기세포가 사지마비 환자를 벌떡 일어서게 만들 수는 없다"며 "신경이나 근육의 손상까지 체계적으로 극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소아마비를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발견된 게 1909년이었는데 백신이 만들어지기까지 45년이 걸렸다"며 "줄기세포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이 분야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는 "환자 발생 즉시 이식 가능한 치료용 세포를 만들어 준비하는 것과 젊고 건강한 세포를 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줄기세포은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계의 큰 흐름 중 하나가 생식세포부터 체세포까지 보관할 수 있는 은행을 설립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생식줄기세포은행, 양수줄기세포은행, 제대혈줄기세포은행처럼 특수화된 기관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근 자신에게 스톡옵션 권한이 있는 43여억원 상당의 주식을 학교 재단에 기부해 화제가 됐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줄기세포 관련 의약품을 생산하는 코스닥 등록 기업이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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