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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신용정보 체계의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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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신용정보 체계의 개선

입력
2009.09.09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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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정보의 사회다. 정보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금융거래와 관련한 신용정보도 예외가 아니다. 신용정보는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하면서 돈을 잘 갚을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사용한다. 신용정보 내용은 개인의 금융거래 실적과 최근의 경제활동 내역을 포함한다. 과거에 돈을 잘 갚지 않은 이들은 다음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과거 돈을 잘 갚았더라도 앞으로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체 경제 안정성에 기여

이런 정보를 사용해 대출 심사를 하면 부실 대출이 일어날 확률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실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신용정보를 기초로 대출 심사를 함으로써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전체 경제의 안정성을 높여 최근과 같은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줄여준다. 또한 신용정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들은 싼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최근 금융정책 당국은 신용정보에 포함되는 내용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정책적 고려는 신용정보가 금융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을 생각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개인관련 정보 중 금융거래와 관련된 동시에 개인 신상에 관한 내용, 예컨대 질병 경력 등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면에서 이용을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정보가 변제 가능성을 헤아리는 데 유용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사생활 침해라는 금전적으로 보상받을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기 연체나 소액 연체 정보 같은 채무변제 능력에 관한 내용은 계속 수집해 이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정보들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은 크지 않은 반면, 대출의 위험성을 적시에 알려주는데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카드 대란 당시 대출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이른바 카드 돌려 막기를 통해 빚을 키운 것이 큰 화근이 됐다. 이를 초기에 막았더라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한 일을 큰 사회문제로 만든 기억이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개인들은 우선 급한 대로 더 큰 빚을 내서라도 파국을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개인들에게 더 많은 대출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대출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부정적 효과도 크다.

일단 대출 상환의 어려움을 겪은 이들의 연체 신용정보 보존기간을 너무 짧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한 차례 연체 기록이 평생 흔적을 남겨 경제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그들이 다시 활발한 경제활동을 통해 전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정보의 보존기간을 너무 짧게 하면 연체에 따르는 불이익이 줄어들고 결국 빚을 갚게 하는 유인을 줄여 전체적으로 연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

정보 보존기간 잘 정해야

이렇게 되면 전체 금융기관이 대출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 전체적으로 활발한 금융거래를 막고 결과적으로 대출을 통해 긍정적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개인들조차 불이익을 받게 된다. 어느 정도의 보존기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국내 금융거래 자료를 이용한 엄밀한 실증 연구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신용정보는 조심해서 사용하면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정책 당국이 신용정보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면, 이번에 철저히 제도의 장ㆍ단점을 가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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