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허덕이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승용차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차 업체들은 최근 잇따라 연비를 무기로 한 디젤 승용차를 전략 차종으로 내놓고 있다. 세계 경제가 불황에서 탈출할 조짐을 보이면서 들썩이고 있는 유가도 이같은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1월~8월까지 새로 등록한 수입차는 3만6,674대로, 작년 같은 기간 등록 대수보다 18.1% 감소했다. 수입차 업체에 따라 30%이상 감소한 곳도 있다.
그러나 수입 디젤차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올 상반기 6,960대가 팔려 전년동기 5,276대 보다 오히려 30%가량 판매가 증가했다.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승용 디젤차다. 상반기 팔린 수입 디젤 승용차는 4,812대로 스포츠유틸리티(SUV) 2,148대보다 배 이상 많이 팔렸다.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유지비에서 강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승용 디젤이 대부분 리터당 15㎞ 전후의 연비를 자랑한다. 가격도 3,000만~4,000만원대로 적지 않다.
디젤 승용차를 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폴크스바겐 코리아가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가 디젤 엔진이 동급 휘발유 엔진보다 연비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89.6%가 향후 수입차를 구매한다면 디젤 승용차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정부가 이달부터 유로-V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경유 차에 대해서 환경개선부담금을 감면해줄 계획이어서 수입 승용 디젤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인기를 선도하는 브랜드는 폴크스바겐과 볼보 등 디젤엔진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유럽 제조업체. 폴크스바겐의 골프 TDI 시리즈는 상반기에만 1,113대가 팔렸고, 파사트와 페이톤 TDI 시리즈 역시 1,000대 이상 팔렸다. 볼보가 S60과 S80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프리미엄브랜드도 마찬가지. BMW의 역시 가솔린과 디젤 판매비율이 거의 같을 정도로 디젤 승용차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120d,320d,520d가 고급 이미지와 함께 리터당 15㎞가 넘는 연비를 자랑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하반기 수입차 업체들도 신형 디젤 승용차로 불황 파고를 넘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폴크스바겐의 6세대 골프 2.0 TDI 모델. 폴크스바겐은 이달 선보인 6세대 골프로 수입차 판매 1위 자리까지 노릴 심산이다. 전 모델보다 연료 소비를 최대 28%까지 줄였다. 가격은 3,390만원.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국내에 출시한 E-클래스 6개 모델 중 E220 CDI가 디젤 엔진이다. 리터당 15.1㎞의 연비를 자랑한다. 가격은 6,590만원. 아우디는 스테디셀러인 A4 2.O의 디젤 모델을 이번달 유럽에서부터 선보이고,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볼보도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디젤 세단 판매 1위에 올랐던 S80 D5의 신모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뉴 S80 D5는 이전 모델의 디젤엔진을 동종의 터보 엔진으로 바꿔 연비를 리터당 13.6㎞에서 14.9㎞로 높였다.
2005년 국내에 첫 디젤 승용차를 시판했던 한불모터스도 7월부터 푸조 308 MCP와 디젤 쿠페 308CC HDi를 선보이고 있다. 308 MCP는 특히 리터당 19.5㎞의 연비를 자랑한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같은 배기량이면 힘이 10~15%이 더 좋고 연비도 좋기 때문에 디젤 승용차를 꾸준히 찾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업체간 마케팅 경쟁도 더욱 치열해 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국산 디젤 승용차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아차의 프라이드가 판매비율의 10%,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가 5%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가 디젤 승용차에 대한 연구 개발에 상대적으로 소홀한데다 마케팅을 가솔린 차량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차량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승용 디젤의 뛰어난 연비가 메리트로 계속 부각될 것"이라며 "앞으로 유가와 세금 혜택이라는 변수에 따라 마케팅이 다시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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