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다시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의회가 여름 휴회를 마치고 다시 개원(8일)하는 것에 맞춰 건강보험, 교육 등 국정 최우선 현안에 대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여론몰이'에 들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노동절 기념식에 참석, "이제는 토론을 끝내고 행동할 때"라며 건보개혁에 대한 근로자들의 지지를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보험료를 인하하기 위해 '공공보험' 도입을 통한 민간보험과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공공보험은 의료의 질을 높이고 비용은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공공보험이 빠진 의회 개혁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여부 등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오바마의 연설은 대선 캠페인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참석자들의 환호속에 강한 어조로 건보개혁의 정당성을 호소했고 최저임금제, 사회보장제도 등이 강력한 노동운동의 결실이라고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비장감마저 내비쳤다. CNN 방송 등은 지난해 선거 유세를 연상시킬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개혁안의 여야 합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공공보험 대신 비영리 조합 형태의 보험회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화당은 비용증가와 정부개입 여지 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바마가 건보개혁을 역설하는 동안 백악관은 논란이 됐던 오바마의 초중고교생 대상 교육 연설 내용을 이날 미리 공개해 보수층의 비난 차단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 워싱턴 인근 알링턴의 웨이크필드 고교에서 면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나, "교육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학생들까지 정치에 끌어들인다"는 보수층과 일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 논란을 빚어왔다.
연설문은 "학교를 중도에 포기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는 등 학생들의 학업성취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연설문을 미리 공개했음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교육청은 오바마의 연설을 중계하지 않기로 했고, 또 연설을 듣지 못하도록 부모가 자녀를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게 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오바마가 늑장을 부리고 있다'는 분석기사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이란핵문제, 중동평화협상 등 외교현안에서 오바마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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