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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실 공기업 만드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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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실 공기업 만드는 정부

입력
2009.09.0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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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 매월 500억원을 물어야 하는데 회사가 존치할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8일 오전 전화 수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상대방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황당하다 못해 차마 말이 안 나온다는 투였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4대강 관련 국토해양부 예산 15조4,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8조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긴다는 보도를 본 한 수공 직원의 넋두리였다.

자산 10조원의 수자원공사는 부채 비율 19.6%(1조9,623억원)로, 국토부 산하기관 중 유일하게 재무구조가 양호한 공기업이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4대강 사업으로 사회간접자본(SOC)과 복지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여론이 일자 사업액의 절반을 수자원공사에 전가했다. 수자원공사는 현재 4대강 사업의 한 줄기인 2조2,500억원 규모의 아라뱃길(경인운하) 사업도 맡고 있다.

이대로라면 수자원공사는 2012년까지 4대강과 경인운하 사업에 무려 10조2,5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다른 사업을 전면 중단하더라도 부채가 12조원이 넘어 부채비율이 120%를 상회하게 된다.

수공이 외자로 조달하는 채권금리가 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이자만 6,000억원이다. 재무 부실은 불 보듯 하다. 정부는 수자원공사에 수변도시 개발권을 주는 방안은 마련 중이나 4대강 사업은 정부 말대로 '친환경' 사업일 뿐 수익이 될 것은 거의 없다.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 내기도 불가능하다.

앞서 정부는 최근 주공과 토공이 정부 사업을 하다 부실화 됐다며 각계 반대를 무릅쓰고 통합을 강행했다. 이제 3년 뒤면 또 하나의 거대 부실 공기업(수공) 탄생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한쪽에선 공기업 부실을 양산하고, 다른 쪽에선 부실을 수습하는 꼴이다. 미래로 부실을 떠넘기는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송영웅 경제부 차장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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