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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대학로극장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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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대학로극장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입력
2009.09.0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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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호텔방과 카지노를 가리지 않고 적게는 억대에서 많게는 수십억대에 이르는 판돈을 걸고 도박을 벌인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습니다." 해외 시찰을 빌미로 거액의 노름판을 벌인 국회의원 몇몇에 대한 뉴스가 다급하게 흘러나온다.

극단 대학로극장은 우리 정치 상황을 일제 잔재 청산의 문제를 빌어 재구성한 가상 정치극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를 공연한다. 사랑 아니면 오락적인 무대로 치닫기 십상인 현재 연극계의 가벼움을 정면에서 비판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창단 20주년 기념의 의미도 실려 있다.

무대는 먼저 잘못을 더 큰 잘못으로 대체해온 것이 우리의 근현대사가 아니었는지 묻는다. 일제 36년 동안 시체를 수거해 731부대 등지에 팔아 번 돈으로 독립운동가를 후원한 아버지로부터 극은 출발한다.

그를 통해 우리 현대사의 뒤틀린 시간이 풍자되지만 무대는 어느 누구의 팔도 들어주지 않는다. 친일파 처단은 물론 독재정권을 몰아내는 데 공헌한다는 착각 속에 시체를 매매하는 아버지 3형제를 통해 잘못된 신념에 의해 행해지는 폭력의 맹목성을 풍자한다.

이 연극은 정치에 대한 염증과 회의를 그대로 반영한다. 뉴스는 원정 도박판을 벌인 일도, 성접대를 받은 일도 없다는 어떤 유력 인사에 대해 보도한다. 자신의 지지도를 깎아내리려는 모함을 즉각 중단하라는 그 사람은 차기 대권 주자다.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친일 문제 역시 풍자의 대상이다. 맨 마지막 장면, 집안을 청소하다 튀어나온 아버지의 사진 한 장.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그가 일본군 장교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무대에 자욱한 폭력은 부조리극만큼이나 어이없고, 그 상상력은 엽기적이다. 작·연출자 이우천씨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수구적 기득권자들에 의해 끌려가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며 "친일을 한 사람이 기득권자가 된 역사가 아직도 못다 청산된 현실을 꼬집고 싶었다"고 말했다.

16~27일 공연. 화·수 오후 8시, 목·금 오후 5시, 8시, 토·일 오후 4시, 7시. (02)766-0773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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