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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3> 고급화·세계화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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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3> 고급화·세계화 위하여

입력
2009.09.09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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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다 먹을 수 없다면 밖에 내다 팔아라.'

쌀도 그렇다. 재고가 쌓여가는 쌀을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차피 그것은 역부족. 그렇다면 해외에 파는 것(수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실 쌀 수출은 재고도 줄이고 외화도 벌어들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전북도의 강승구 농수산식품국장은 "쌀 수출은 국내 식량안보를 지키면서 우리 농업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며 "미래의 시장 변화에 대비해 쌀 수출 노하우를 하나씩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은 그냥 판다고 팔리는 게 아니다. 특히 국산 쌀은 값 자체가 국제가격보다 크게 비싸,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물론 2002년 톤당 285달러에 불과하던 국제 쌀값(미국)이 2008년 694달러, 올 7월엔 1,1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국산 쌀과의 가격격차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쌀의 수출가격은 국제시세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7월 기준으로 국제 쌀 가격은 톤당 약 136만원, 국내 쌀은 187만원으로 30~40% 정도 비싸다).

이처럼 취약한 가격경쟁력을 메우는 방법은 품질경쟁력 뿐. 쌀 수출의 길은 오로지 고급화에 의해서만 뚫릴 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고급쌀의 꿈은 조금씩 이뤄져가고 있다. 2007년 556톤, 올해는 8월까지 1,988톤의 쌀이 '한국판 고시히까리(일본 니카타현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쌀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에 비싼 값으로 수출된다)'를 꿈꾸며 호주 미국 뉴질랜드 등으로 건너갔다.

품질 또 품질

'안동 양반쌀'을 호주 등에 수출하고 있는 서안동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는 대형 냉장시설이 갖춰져 있다. 쌀의 품질을 높이려면 냉장보관ㆍ유통이 필수이기 때문. 수확된 쌀은 저온곡물탱크에 보관되며, 도정을 거친 뒤에는 포장돼 13도의 냉장 컨테이너를 통해 유통된다. 이교수 서안동농협 RPC장은 "처음에는 교민들을 공략하는 방법을 썼지만 이제는 초밥집을 운영하는 현지 일본인들이 주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미질(쌀의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수출이 아니더라도 품질은 이제 필수다. 비싸더라도 신선하고 농약 없는 쌀을 먹겠다는 것이 요즘 소비자의 정서다. '백옥 친환경유기농 쌀'을 생산하고 있는 용인 원삼친환경 쌀 작목회 천세환 회장은 "오리, 우렁이 등을 이용한 무농약, 유기농법을 도입한 결과 작목회 농가가 일반 농가보다 평균 48%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작목회는 1995년부터 농약과 화학비료 대신 한방영양제를 뿌리는 등의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천 회장은 "창고에 쌓여가는 쌀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였지만, 이곳은 예외였다"고 말했다.

쌀도 마케팅이다

전문가들은 "품질 하나 만으론 세계 시장에서 살아 남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고품질의 제품 위에 얹을 문화, 콘텐츠 등 고명이 필요하다는 것. 쌀도 예외는 아니다.

배영호 배상면주가 사장은 "일본의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쌀의 종류만 100가지가 넘을 정도"라며 "그런 만큼 저마다의 차별화된 '스토리'에 승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300년간 지역 최고유지들이 먹었던 쌀' 식으로 쌀에 역사를 부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마케팅기법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서서히 늘고 있다. 이교수 서안동농협 RPC장은 "국내판매는 물론 해외수출에서도 안동 특유의 '하회마을', '양반마을' 등 청정ㆍ고급 이미지가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일본의 '고시히까리'를 능가하는 쌀임을 홍보하기 위한 이야기 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세관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원은 "국내서도 일본 못지않은 다양한 종류의 벼가 재배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그 특징들을 일일이 헤아려 구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농가나 농협도 소비자의 감성을 움직일 수 있는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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