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임진강 수해 참사는 북한측의 무책임한 방류 못지 않게 부실한 정부 대응 시스템도 치명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먼저 이번 참사는 임진강 수위 상승에 대한 초기 경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피해가 커졌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임진강 수위에 대해서는 그간 군이나 수자원공사 측에서 육안으로 확인해 왔다. 그러다 2002년 이 지역에 무인자동경보시스템이 설치되면서 상시 감시업무 대신 자동 시스템에 의존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경찰조사결과 임진강 수위가 불어나기 시작한 6일 오전 3시부터 최고 수위에 달한 오전 6시까지 자동경보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임진강 등 주요 남북인접지역에 대해 기존의 자동경보시스템에 군이나 수자원공사측의 육안 확인도 병행하는 체제로 전환, 조기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자동경보시스템 고장 시 근무자에게 고장내용을 자동으로 알리는 방식도 추가하고 자동경보시스템을 지자체 등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이원화 할 계획이다.
자연재해나 돌발사고 등의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응책을 신속히 마련하게 돼 있는 위기관리매뉴얼도 허점 투성이였다.
소방방재청이 청와대로 보고한 시점은 6일 오전 8시20분께. 이 시점은 이미 북측에서 대량 방류한 물로 사고가 발생한 뒤 수위가 서서히 내려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을 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참사의 경우 초기 경보가 이뤄지지 않아 위기를 관리할 시점을 놓쳤다"며 "사실상 위기관리매뉴얼을 작동해보기도 전에 상황이 끝난 셈"이라고 털어놓았다. 매뉴얼이 초동 대응 위주로 돼 있기 때문에 이번처럼 현장에서의 보고가 늦을 경우, 위기 관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 같은 위기관리매뉴얼에 대해서도 보고 시점 별로 대응을 달리하는 식의 보완책을 마련키로 했다. 특히 남북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의 경우 단순 재난차원이 아닌 안보차원에서 신속·긴급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매뉴얼을 대폭 수정, 개선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보다 구체적인 대비책으로 임진강 하류 홍수조절을 위해 2006년 9월부터 건설중인 군남댐을 내년 6월 조기 완공키로 했다.
당초 2012년 12월 완공예정인 군남댐은 현재 공정률이 70%에 이르고 있어 공사기간을 앞당기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경기 연천군 군남면에 건설되는 군남댐은 높이 26m, 길이 658m, 총저수용량 7,000만톤 규모다.
청와대 관계자는 "군남댐이 건설되면 이번처럼 북측에서 갑자기 대량의 물을 방류하더라도 일정시간 댐에 물을 가둘 수 있기 때문에 야영자 등을 대피시킬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북측의 대량 방류에 있는 만큼, 앞으로 북측이 약속한 사전통보조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조만간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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