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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 첫 소설집 '이원식씨의 타격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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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 첫 소설집 '이원식씨의 타격폼'

입력
2009.09.0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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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개그의 표출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소설은 머리 아프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재미'라는 기본에 충실한 소설을 쓰겠습니다."

생의 비의의 발견 혹은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인식 등의 목표를 세우고 소설을 펴드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접어도 좋겠다. 박상(37)씨의 첫 소설집 <이원식씨의 타격폼> (이룸 발행)은 세상의 기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못나고 돈 없고 힘 없는 이들의 삶이 기상천외하고 엽기발랄한 유머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배꼽을 잡게 하는 그 웃음의 뒷면에, 알 수 없는 슬픔의 여운이 묘하다.

제목이 보여주듯 소설 속 현실부적응자들과 현실을 연결시켜주는 코드는 야구이다. 표제작을 비롯해 3편의 작품이 야구를 소재로 하거나 야구의 문법을 차용하고 있다. 작가가 '그런 새끼는 백년이 넘어가는 한국 야구사에 한 명도 없었다'고 묘사하는 표제작의 주인공 이원식씨를 보자.

실력은 형편없는데 엉덩이를 빼고, 짧게 움켜쥔 방망이를 귀 뒤에 바짝 붙인 타격 폼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그가 다 죽어가는 것처럼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 투수들은 컨트롤이 흔들리고 야수들은 실책을 연발한다. 그렇게 타격 폼을 주무기로 프로선수까지 되지만 그는, 예상했던 대로 빈볼을 맞고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이원식씨의 농담같은 일생은 박씨의 시선이 어떤 인물들에게 머무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갚지 못한 전기요금, 수도료, 가스비, 의료보험료 고지서에 허덕이는 록커('치통, 락소년, 꽃나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삼겹살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고생('외계로 살아질 테다') 같은 이들이다.

박민규씨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유머는 박상씨의 소설에 생기를 부여하는데, 농담같은 대화와 '에피쿠로스식 타조 앞다리 수블라키' 같은 수상한 조어(造語)가 그의 소설의 유머 코드를 완성한다. 그러나 그 웃음이 자조적이고, 그 유머 뒤에 씁쓸함이 남는 이유는 소설 속 현실부적응자들의 세계보다 실제 현실이 더 우스꽝스럽고 뒤틀려 있기 때문은 아닐까.

"밥짓기와 소설쓰기, 야구 관람이 하루 일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야구광인 그는 지난해 말 소설가 은희경 박성원씨, 시인 여태천 박형준씨 등 문인들과 뜻을 모아 국내 최초의 문인야구단인 '구인회(球人會)'를 만들기도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철학, 집에서 출발해서 다시 집으로 들어오는 야구의 룰은 사람 사는 모습과도 닮았지만 제가 소설로 표현하려는 것과도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박상은 필명이다(본명은 박상호). 짐작할 수 있듯 고교 시절 이상의 소설을 접한 뒤 작가의 꿈을 꿨다는 그는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각광받는 젊은 여성 소설가 윤이형(33)씨가 그의 아내. 그는 "차기작은 표창을 던지는 독특한 폼으로 사회인 야구선수에서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투수가 된 인물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장편소설 <말이 되냐> "라고 귀띔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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