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강댐 방류에 따른 임진강 실종사고 피해가 수위변동과 관련한 대응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때문에 커졌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행락객들의 안전을 위해 임진강 수위가 높아지면 이 사실을 자동으로 알리는 무인경보시스템은 사고발생 전후 13시간 동안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관계당국의 초동 대처 미흡을 지적하는 신고자와 목격자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7일 "자체 조사 결과 황강댐에서 방류되기 3시간 전인 5일 밤 10시22분부터 복구가 끝난 6일 오전 11시54분까지 13시간 동안 무인경보시스템의 원격 데이터 전송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인경보시스템은 강물의 수위를 분석하는 데이터가 원격으로 자동 전송돼 경보가 울리게 돼 있다.
소방당국이 최초 신고자라고 밝힌 황모(62)씨는 "이 곳에 자주 오는 편인데, 장마철에는 경고방송을 들었던 기억이 나지만 이번에는 아무 방송도 없었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원인에 대해 "계속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경찰은 경보시스템이 갑자기 작동을 멈춘 이유가 기계결함 때문인지, 누군가 인위적으로 파손했는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왜 하필이면 북한이 방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에 맞춰 경보시스템이 고장났는지가 수사대상이다.
관계 당국의 미흡한 초동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사고 당시 남편, 두 아이와 함께 가까스로 자리를 피했다는 주부 정미양(42ㆍ동두천)씨는 "간신히 탈출했을 때 사고현장 근처에서 있던 사람들로부터 '물이 불어난 것을 신고했지만 112, 119, 연천군청 모두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발뺌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모두 너무 억울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종자들과는 아무런 친분이 없지만 꼭 사실이 제대로 밝혀져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대책반 주장이나 일부 언론보도 내용과 달리 구조활동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실종자 가족은 "실종자 수색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책위원회를 꾸려 국가를 상대로 이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국민을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국가배상법을 근거로 유가족들이 하천 관리 책임이 있는 국토해양부나 수자원공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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