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신임 대표가 정치 입문 22년 만에 최대의 기회를 맞았다. 거대 여당의 선장 역을 맡게 됨에 따라 차기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만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비주류 잠룡'으로 계속 머무를 수도 있다. 기회이자 위기인 셈이다.
'정몽준 체제'의 출범은 본인과 한나라당 모두에게 정치 실험이다. 정몽준 체제는 직전의 원외 대표 체제 때보다는 국민의 이목을 더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소신껏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정 대표가 진두 지휘할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물론 고질적인 친이계ㆍ친박계 구도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당의 면모를 보여줄 수도 있다. 어쨌든 대표직 수행에 대한 평가는 곧바로 정 대표 본인의 대권 가도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몽준호(號)의 과제는 우선 과제는 당내 화합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주류인 친이계측과 가깝다지만 주주라고 하긴 어렵고, 친박계측과는 미래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다. 뿌리가 얕은 정 대표로서는 어느 한 쪽과 긴장관계가 형성될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
그렇다고 정 대표가 '얼굴 마담'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줄곧 공천제도 개혁과 당헌ㆍ당규 개정, 당ㆍ정ㆍ청의 실질적 협력관계 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당의 대문을 넓게 열어놓겠다"고 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나라당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여기엔 "정치인 정몽준의 새로운 색깔을 보여줄 때가 됐다"(한 측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 이후 파국으로 치달은 여야관계의 정상화도 난제다. 그는 "여야관계만 너무 부각됐지만 동료의원이라는 게 중요하다"며 여야간의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 하지만 친이계 핵심으로서 대야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는 안상수 원내대표와의 내부 조율부터가 쉽지 않을 듯하다.
한편 정 대표 체제의 출범에 따라 일부 당직 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큰 틀엔 변화가 없겠지만 정 대표와 호흡을 맞출 대표 비서실장과 대변인 등으로는 조해진 유정현 조윤선 홍정욱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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