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세요"가 최고의 덕담으로 통하는 한국 사회에서 돈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도 드물 것이다. '황금시대'는 젊은 감독 10명이 돈을 소재로 풀어낸 옴니버스 영화다. 올해 5월 전주국제영화제 10주년 기념 개막작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최익환 남다정 권종관 이송희일 김은경 양해훈 채기 윤성호 김성호 김영남 감독이 참여했다.
10편의 내용과 형식은 제각각이다. 돈에 울고 웃는 이야기, 돈에 미친 사회에 날리는 펀치, 사회 비판과는 무관한 감성적 단편이 섞여 있다. 형식도 공포, 멜로, 코미디, 1인극, 스릴러 등 다양해서 옴니버스답다.
가장 재미있는 영화는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이 내놓은 '신자유청년'이다. 시시하게 살던 청년이 로또에 52주 연속 당첨돼 벼락부자가 됐다가 쪽박을 차는 이야기인데, 감독의 입담과 해학이 대단하다. 국가보안법, 색깔 논쟁, 신자유주의, 촛불시위, 스타벅스, 환경운동, 부자 대통령까지 로또와 한 두름으로 엮어 후려치는 장광설이 현란하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이 등장해 젠 체하고 해설을 늘어놓는 대목은 폭소를 자아낸다.
양해훈 감독의 '시트콤'도 정색하고 말하면 무거워질 이야기를 힘 빼고 재치있게 다룬 코미디다. 무고한 철거민이 불에 타 죽어도 탐욕스런 자본은 무탈하고, 복수는 헛된 꿈일 뿐인 현실을 어수룩한 시트콤 형식을 빌어 조롱한다.
최익환 감독의 '유언 Live'는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린 두 청년의 자살미수 소동 생방송이다. 돈 때문에 죽으려다 사소한 이유로 계획을 접어버리는 모습이 짠하다.
이송희일 감독의 '불안'에서 돈은 가정파괴범이다. .
김은경 감독의 '톱'은 세련된 감각을 과시한다. 톱을 사러 온 의문의 여자에게 공포와 욕망을 동시에 느끼는 철물점 청년의 심리를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공포물로 만들었다.
권종관 감독의 '동전 모으는 소년'과 김성호 감독의 '페니 러버'는 멜로물이다. '페니 러버'에서 10원짜리 동전은 옛사랑의 추억이다. '동전 모으는 소년'에서 꿈의 상징이던 동전은 순정이 짓밟히자 무기로 변한다.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오미환 기자 mailto: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