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뜨거운 감자가 된 '황영기(전 우리금융지주 회장ㆍ현 KB금융지주회장) 징계'논란을 지켜보다 보면 뭔가 하나 빠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바로 감독당국의 책임 문제다.
3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마라톤 심야회의 끝에 황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수준의 중징계 방침을 확정했다. 우리은행이 파생금융상품에 조 단위 거액을 투자했다 90%를 날리는 과정에서 여러 규정 위반이 있었고, 여기엔 당시 CEO였던 황 회장이 책임이 상당하다는 게 징계논리다.
복잡한 규정을 둘러싼 양측의 갑론을박을 걷어내면, 징계를 밀어 부치는 감독당국의 정서는 크게 두 가지다. '손실 비율이나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손실규모로 봤을 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징계수위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황 회장은 CEO였기 때문에 투자실패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그 걸로 끝일까. 아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감독당국도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문제 터지면 그때 가서 야단치는 게 책임 있는 당국의 자세는 아닐진대, 지금 감독당국은 꼭 그런 모양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에 숱하게 경고했는데 황 회장이 듣지 않았다"고 했다. 경고 했으니 할 일은 다했다는 얘기 같은데, 과연 얼마나 심각하게 경고했을는지. 서릿발 같은 당국에서 진짜로 경고사인을 줬다면, 과연 이를 묵살할 은행장이 있을까.
하기야 이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일이 터지면 늘 금융기관만 징계 받고 정부와 감독당국은 뒤로 빠지는 모습은 외환위기 때, 또 카드대란 때 숱하게 경험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래서야 누가 과연 감독당국의 권위를 존중할 수 있을까. 이젠 좀 '책임지는 당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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