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로부터 자녀를 지키시려면 퇴근한 남편에게 반드시 샤워부터 하라고 권하세요. 그리고 아이와 휴대폰을 갖고 노는 일은 절대로 없게 하셔야 해요."
"장난감 소독은 어떻게 하죠? 락스로 하면 되나요?"
"네, 하지만 락스는 흐르는 물에 잘 씻어내셔야 해요. 냄새가 완전히 빠진 후에 아이에게 건네 줘야 하는 것도 아시죠? 자외선 강한 햇볕에 말려주시는 것도 좋겠네요."
초보 엄마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20분으로 예정됐던 유아 건강 관리 강좌는 어느새 1시간이 훌쩍넘게 계속됐다. 십여 명의 산모들이 발열, 구토, 설사 등 신생아가 겪기 쉬운 응급 증상에서 신종플루 예방법까지 전문 간호사가 전하는 강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이곳은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 생활가전 브랜드 리홈이 유아용 살균 소독기 신제품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제품의 브랜드와 강점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생활 속 노하우를 알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들의 '노하우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생활 정보와 더불어 제품의 다양한 활용법을 알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제품을 브랜드 이미지만으로 선택하지 않고 갖가지 정보를 꼼꼼히 따져 보고 구입하는 '스마트 소비'가 늘어난 데서 확산 배경을 찾을 수 있다.
4일 리홈에 따르면 이 업체는 6월 유아용 살균 소독기를 출시한 직후부터 서울의 산후조리원들을 대상으로 월 20~30회씩 시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간호사 자격증을 지닌 직원이 신생아의 주요 질환과 관리에 관한 강연을 펼치면서 교육 말미에 자외선 램프와 열풍으로 젖병, 식기 등을 소독하는 자사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업체측은 이 같은 이벤트를 통해 열탕 소독에만 익숙했던 주부들이 자외선 젖병 소독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얼마 전에는 대상 산후조리원을 10곳에서 13곳으로 늘렸다.
이처럼 제품의 여러 활용 가치가 알려지면 고객의 소비 욕구는 자연스레 늘게 마련이다. 이에 기업들은 최근 고객 대상 무료 강좌를 늘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김치냉장고 브랜드 지젤은 팔도의 다양한 김치 담그는 법을 무료로 배우는 '지펠 아삭 김치 클래스'를 4월부터 매월 두 차례씩 연중 진행하고 있다. 욕실 제품 업체 아메리칸스탠다드는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를 초빙해 매월 인테리어 클래스를 연다. 스타벅스는 각 매장별로 월 평균 1회씩 무료 커피 세미나를 마련한다. 원두 고르기에서 커피 만드는 노하우까지 전수하는 무료 강좌다.
소비자들에게서 수집한 생활 노하우를 새로운 수요로 연결 짓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봄 주부체험단 100명의 수기를 엮어 하우젠 버블세탁기 활용법을 담은 <버블 백서> 를 발간했다. 책에는 하우젠 버블 세탁기 활용법, 인형 세탁법, 운동화 세탁법 등 체험단이 발견한 유용한 세탁 노하우가 담겨 있다. 업체측은 "책을 주요 가전 매장에 비치, 고객에게 무료로 증정했는데 책을 본 고객들의 제품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전한다. 버블>
식품ㆍ식기업체를 중심으로 홈페이지를 통한 레시피(조리법) 마케팅이 퍼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휘슬러코리아는 홈페이지에 블렌더를 활용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죽, 주스, 수제 아이스크림 등의 레시피를 정기적으로 게재한다. 최근 브런치(아침 겸 점심식사) 문화 확산에 착안해 일반 식빵보다 두께가 2~3배 두꺼운 '에브리데이브런치'를 내놓은 파리바게뜨는 신제품 론칭과 동시에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에브리데이브런치 식빵을 활용한 레시피 개발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제품의 사용 비법을 전파하는 노하우 마케팅은 기업으로서는 입소문 효과를 높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정보를 취할 수 있어 꾸준히 느는 추세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소비자에게 정보 전달 시 기업의 노골적인 마케팅 의도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 등 쌍방향성 매체가 늘면서 매스미디어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뿐 아니라 상품의 상세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소비자에게 전하는 것도 중요한 마케팅의 한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다만 소비자가 원하는 실용 정보가 아닌 마케팅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정보를 전할 경우 소비자의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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