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주(洲) 지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대의 공습으로 민간인 수십명이 사망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당장 아프간으로 추가 파병 및 병력 증강을 고심하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 아프간 전략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유럽연합(EU)에서도 이번 공습에 책임 소재를 놓고 반목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은 아프간에 병력을 증파하는 것에 중점을 둔 백악관의 계획이 민주당 상원의원의 반대로 저항에 부딪힐 전망이라고 5일 보도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칼 레빈 민주당 의원은 4일 나토의 공습 이후 "미국의 아프간 전략과 관련해 추가 파병 등 군사력 증강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아프간 자체 군ㆍ경을 보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지난 3일 "아프간 주둔 미군병력 증강요구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오바마 정부의 근간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나선 것으로 미국의 아프간 전략에 논란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공습이 미군 주도의 아프간 주둔 연합군에 미칠 타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공습 사망자 중 상당수가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만큼 외국군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도 아프간 주둔 연합군은 아프간 서부 파라주(洲)의 민간인 밀집 지역을 공습해 민간인 140여명이 사망, 아프간 여론이 들끓은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스탠리 맥크리스탈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으며,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언제든 민간인 다수가 목숨을 잃었을 때 우리는 중대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고 확대를 경계했다.
나토의 한 축인 유럽연합(EU)에서도 파장은 번지고 있다. 베르나르 쿠츠너 프랑스 외무장관은 5일 EU 외무장관 회담에서 "엄청난 실수였다"고 나토를 성토했다. 장 아셀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도 "용인할 수 없는 재앙"이라며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6일 나토 진상조사단이 확보한 독일군 보고서를 인용해 나토군이 교전 수칙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독일군은 아프간 정보원 한명의 말만 믿고 현장에 폭탄을 투하했는데, 이것은 단 한명의 정보원에 의지해 민간인 주거지역을 공습해서는 안 된다는 맥크리스탈 사령관의 지시를 위반한 것이다.
나토 진상조사팀은 5일 이번 폭격으로 125명의 아프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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