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2인자 게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2인자 게임

입력
2009.09.06 23:46
0 0

"거시경제 민생안정 일자리 사회적 갈등과 지역 대립 남북문제 등 국내외적 상황이 책상머리에 앉아 고뇌를 거듭할 만큼 한가하지 않고, 구체적 정책에 대해 경제학자로 이런 저런 비판을 했지만 경쟁탈락자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경제철학이 크게 차이가 없어, 더 크고 위대한 대한민국의 토대를 닦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의를 수용했다."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설명에 야당은 '한복 바지에 양복 상의' '논에 옮겨 심은 장미' '테니스 코트의 야구 경기'라며 당혹감을 쏟아냈다. 그의 등장에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음을 잘 설명한다.

▦ 새롭게 짜여진 청와대와 내각 진용이 지난 봄부터 호사가들의 입담에 오르내리던 '2인자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누구의 조언과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하느냐 하는 궁금증이다. 이전에는 이 대통령의 정치고문으로 알려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엠비노믹스의 설계자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대통령과 2대에 걸친 인연을 가진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다투는 양상이었다. 여기에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 총리 후보자가 권력실세로 새로 가세함으로써 구도는 한층 어지러워졌다.

▦ 물리적 거리로 보면 '왕수석'이 된 윤 실장의 부상이 돋보인다. 하지만 정서적 근접성과 역할로 치면 '킹만수' 강 위원장이나 '따거'최 위원장의 파워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게 정가의 정설이다. 관계의 편안함과 아이디어에선 최근 IT 미래전략과 '휴면 뉴딜'을 성안한 곽 위원장의 활약이 주목되나 메이저 게임에 낄 체급은 아니다. 정 후보자는 '이종교배 실험'이다. 잠재력만큼이나 실패 확률도 높다는 얘기다. 그가 수십 년 쌓아온 명예와 소신을 지키면서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되느냐를 놓고 도박이 벌어질 법도 하다.

▦ 이 게임의 '와일드카드'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다. 몇 차례의 인사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인적 잔재를 청소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의 활동과 정보에 이 대통령이 큰 만족감을 표시한다는 얘기가 많아서다. 원 원장의 업무는 다른 파워그룹과 성격이 다르지만 대통령이 누구의 판단과 정보를 신뢰하느냐는 2인자 게임에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대통령의 신임이 유달리 두터운 '정책통'인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등 몇몇 참모도 눈여겨볼 만하다. 충성파에서 비판자까지 개성과 배경이 제 각각인 이들을 병렬식으로 불러 모은 이 대통령의 계산과 지휘술이 궁금하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